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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22

2023-08-18 18:26:12

중남미 온두라스 커피를 아시나요

중남미는 커피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참 설레는 곳이다.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두근거리 듯이 커피 재배지가 밀집되어 있는 곳들이 나에겐 디즈니랜드다. 그런데 어느 날 무심코 지도를 보다가 내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많이 안 가졌던 나라를 보게 되는데 그게 바로 온두라스였다. 인접 국가들을 보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구아 모두 내가 좋아하는 커피 산지들인데 온두라스의 바나나만 먹을 줄 알았지 커피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정보를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피 생산이 늦게 활성화됐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아직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커피가 온두라스의 최대 생산 품목으로 자리를 잡았고 세계에서도 5번째로 생산이 많은 국가다. 이제부터 온두라스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온두라스에 커피가 전파된 시기는 19세기 초반으로 팔레스타인 국적의 코스타리카 상인들이 커피를 들여와 올란초(Olancho) 지역에 심은 것이 최초였다. 이후 스페인의 식민 지배와 함께 커피 경작이 시작되었으나 생산량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1884년경 약 920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그중 일부를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기록 되어있다. 1900년 이후, 온두라스의 커피 수출 물량이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수출하기 시작한 후 농민들이 너도 나도 커피 경작에 뛰어 들었지만 재배 기술 부족과 생육에 적합한 지형이 많이 없어서 실제 생산량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나나가 재배하기가 훨씬 쉽고 판매도 용이해서 커피보다는 바나나가 주요 생산 품목이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온두라스의 커피 재배가 발전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의 커피 소비량이 본격적으로 많아지면서 온두라스에서도 커피 재배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온두라스가 양적 생산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온두라스는 그 동안 재배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매년 품질이 개선되어, 2007년에는 온두라스 한 커피농장에서 생산된 커피가 “Cup of Excellence” 로 선정되기도 했다. (COE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로 매년 커피 생산지 별로 직접 농장에서 샘플을 받아 가장 훌륭한 점수를 받은 농장에게는Cup of Excellence의 타이틀이 주어진다. 대회가 끝나면 전세계 생두 구매자를 상대로 온라인 경매를 주관하여 참여했던 커피 농장과 구매자를 직접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온두라스 커피는 단맛이 부드럽고 묵직한 바디감을 갖고 있고, 뒤끝이 아주 깔끔한 특징이 있다. 이러한 커피 특성으로 한동안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는 “온두라스 프리미엄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온두라스의 산 마르코스 농장에서 자란 파카스와 티피카 품종의 고급 원두를 계약해서 온두라스 커피를 제공했었다. 꽤 묵직한 바디감에 견과류의 고소함과 단맛이 느껴지는 풍미 있는 특징은 스타벅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을 것 같다.

온두라스에서는 주로 1,100 – 1,650m에서 재배되고 품종은 아라비카종인 버번, 카투라, 티피카, 카투이 등이며, 향미는 바닐라, 헤이즐럿이고 바디감은 굉장히 무거운 편이다. 등급 분류는 “SHG(strictly High Grown) 1,350m 이상에서 재배”, “HG(High Grown) 1,200~1,350 사이에서 재배”, “CS(Central Standard) 1,299m 이하에서 재배”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온두라스는 혼자하는 여행지로는 추천하기 힘들 것 같다. 우선 경제와 치안이 불안한 편이라 편하고 분위기 있는 여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온두라스의 큰 카페 에는 무장한 경비원이 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단독주택 정문은 철문으로 잠겨져 있고 보통 집집 마다 큰 개를 안전상의 이유로 키우고 있다고 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온두라스 현지의 야자수 나무 아래에서 향기 그윽한 온두라스 커피는 꿈속에서 마시고, 당분간은 밴쿠버 어느 호숫가 공원에서 온두라스 커피를 한번 음미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