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회사 SNS계정을 통해 쫓아다니던 도넛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나는 워낙 도넛을 좋아하는 터라 한번 가 봐야지 하고 봐 두었던 도넛가게였는데 한번도 가지 못하게 되어 아쉬웠다. 며칠 뒤 해당 도넛가게 계정에 또 다른 포스팅이 올라왔는데 간판을 철거하고 새로운 카페로 바뀐다는 소식이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영업이었다. 서둘러 연락을 해 보았고 만남이 성사되었다. 새 카페의 주인분들은 최근에 캐나다로 이민오신 인도 부부였고 원래는 호주에서 10여년간 사시면서 카페를 운영하셨다고 했다. 사실 호주하면 11화에서도 다루었듯이 캐나다, 미국보다 커피에 더 진심이고 세련되었다. 운 좋게도 그분들은 우리 커피빈을 좋아해주셨고 지금은 거래처가 되어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예상했듯 오늘의 커피이야기는 인도다.
인도 커피는 1585년 이슬람 순례자가 메카로부터 커피 씨앗을 몰래 가져온 것이 커피 재배의 시작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재배는 1840년부터 시작되었고 아라비카 커피와 로부스터 커피 모두 생산되었다. 현재 인도의 커피 총생산량의 60%는 로부스터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아라비카 커피는 깊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 약간의 산미와 초콜릿 맛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어 에스프레소 커피의 블랜딩에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는 여러가지 산업과 경제발전으로 인하여 인도 정부가 커피농사 보다 다른 경쟁력 있는 산업을 더 지원하게 되면서 커피산업이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이러한 이유로 커피품질 관리나 마케팅 활동이 전보다는 뒷걸음질하는 모양새다.
인도의 커피산지는 주로 남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요 생산지로는 카르나타카 주의 미조레 지방, 케릴라 주의 말라바 지방, 타밀나두 주의 마두리스 지방이 대표적인이다. 그리고 생두 가공에는 습식법과 건식법이 모두 사용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몬순기후로 인하여 아주 특별한 원두가 생산된다. 오래전에 독특한 커피를 원하던 유럽은 인도에서 수확된 커피를 바로 유럽까지 가져갔는데 6개월이라는 긴 운송 기간이 필요했다. 선박을 통한 운송 중 몬순기후의 해풍과 습기에 노출된 커피는 긴 항해동안 숙성이 되어 색깔도 창백한 금색으로 변하고 산도도 사라지고 생두 크기는 조금 더 커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것이 몬순커피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커피인 것이다.
베이커의 초콜렛과 독특한 흙 냄새가 돋보이는 콩은 로스팅 과정에서 더욱 좋은 향을 지니게 되고 풍부한 아로마를 입히게 된다. 인도는 150년 이상 커피를 생산하고 수출해왔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도는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에티오피아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아라비카 커피 수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지금은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어 향해 시간이 단축되면서 옛날처럼 운송 중 몬순커피로 숙성하는 과정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요즈음은 인위적인 방식으로 몬순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그 방법은 몬순풍이 불어오는 5~8월경에 개방된 창고에 자연 가공된 생두를 12~13cm 두께로 골고루 펼친 후 해풍 습기에 노출시켜 옛날 방식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숙성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습기를 먹은 원두를 삼베종의 자루에 담아 몬순해풍이 잘 통하도록 여유있게 쌓아 둔 후 일주일에 한번 재포장하여 쌓아둔 후 6~7주가 지나면 몬순커피가 완성된다고 한다.
인도 몬순커피는 특이한 밝은 황금색을 띠고, 매우 가벼우며 속이 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특징이다. 최종 원두는 특별하고 독특한 맛을 가지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인도의 몬순커피를 시음을 해보길 권한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마셔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숙성된 특유의 향과 맛이 강하다고 표현 할 수 있고 다르게 표현한다면 묵은 맛과 향때문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