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대회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총 7경기를 유치하는 밴쿠버시가 시내 일부 공원에 대한 대회 유치 관련 보수 공사를 할 계획이다. 공사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은 해당 공원들을 이용할 수 없다.
일부 공원 대회 유치 관련 보수 공사
인근 주민들, “여가 시간과 공간 침해”
2026 월드컵 참가팀 연습장으로 사용
주민 쉐리 루스(77) 와 피터 브룸홀(88)은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집 주변에 위치한 메모리얼 사우스 공원 Memorial South Park의 폭신폭신한 트랙을 운동 삼아 천천히 걷는다. 시력을 잃은 브룸홀에게 안전하게 걷기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공원 뿐이다. 이곳은 지팡이나 보행 안전장치 없이 그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루스 씨는 브룸홀이 이곳에서는 마치 35세 청년이 된 듯 잘 걷는다고 말한다.
한 편, 지난 달 16일, 밴쿠버시와 공원위원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이 공원을 월드컵 참가국 선수들을 위한 훈련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18개월 동안 공원의 일반 주민 입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공원 트랙과 주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밴쿠버시 킬라니 Killarney 공원도 같은 경우에 처해졌다. 밴쿠버시는 따라서 해당 공원 이용 주민들은 보수 공사기간 동안 다른 공원들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메모리얼 싸우스 공원에는 매일 수 백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걷거나 운동을 하고, 아이들은 자전거 등을 타며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공원 인근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 신디 하인리히(56) 씨는 “밴쿠버시가 주민들의 여가 시간과 공간을 침해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는 지역 주민들의 삶을 등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버니 크니(72) 씨도 조용한 주택가가 월드컵 개최를 위한 시설 보수공사로 장기간 시끄러워질 생각을 하니 맘이 편치 않다. 크니 씨는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 당시의 소란스러움이 다시 몰려오는 듯 하다”고 말한다. 그는 “부자들은 자기들 맘대로 일을 하고, 없는 자들은 그저 묵묵히 따라가기만 하는 행태” 라고 지적한다.
한편 각 공원의 보수 공사는 2025년 1월부터 시작될 계획이며, 공원 일반 재 개장 시기는 2026년 가을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