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관계 다변화·중견국 연대 필요성 강조
“옛 국제질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크 카니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글로벌 질서의 변화와 중견국의 역할을 주제로 연설하며, 캐나다의 무역 다변화와 전략적 자립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번 연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와 경제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캐나다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독립적인 경제 외교 노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캐나다 외교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미국이 주도해 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사실상 종료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옛 질서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이를 애도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현재의 균열 속에서 더 강하고 공정한 새로운 체제를 구축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통합과 동맹 관계를 ‘무기화’하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지리적 위치나 동맹 가입만으로 번영과 안보가 자동으로 보장된다는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이 새로운 현실에 맞는 전략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의존도 줄이고 경제적 자립 강화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경제적 자립을 확보하기 위해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통합이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캐나다는 특정 대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경제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CUSMA) 재협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언급하며, “무역 다변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금융, 공급망 등 전략 산업에서 자국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중견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하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의 주체가 아니라 메뉴가 될 뿐”이라며, 공동의 이익을 가진 국가들이 사안별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대국의 경제적 지배에 맞서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캐나다가 보다 적극적인 외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가 새로운 국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를 두 배로 증액하고,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 중국 및 카타르와의 무역 협정 체결 등 다양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연설이 국내 경제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공정책포럼(PPF)의 제이 코슬라는 “에너지와 광업,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신속히 추진되지 않으면 해외에서 체결한 무역 협정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며 보다 실질적인 국내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압박 속 캐나다의 대응
카니 총리의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미와 유럽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덴마크와의 동맹을 확고히 지지하며,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압력에 단순히 순응하는 접근은 캐나다의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보다 주도적인 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설이 캐나다가 글로벌 경제에서 보다 자주적인 외교·경제 노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계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이비 비즈니스 스쿨의 마무드 난지 연구원은 “카니 총리가 제시한 무역 다변화와 동맹 강화 전략은 글로벌 경제 변화 속에서 캐나다가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향후 캐나다의 국제 파트너십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