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 목요일Contact Us

아날로그 감성의 모카포트

2024-08-22 11:53:43

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46

오래된 단골 고객 중에 ‘레드 라벨’ 블렌드를 정말 좋아해 주시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집에서 모카포트 (Moka Pot)를 이용해서 내려 마신다고 하셨는데 그 설명하지 못 할 맛에 푹 빠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캡슐 커피, 드립백, 그리고 핸드프레소가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 가정에서 혹은 여행을 갈 때 커피 애호가들이 애용하던 추출기구는 이 모카포트였다. 우선 휴대성, 쉬운 작동방법 그리고 적절한 가격대로 인기를 많이 받아왔지만 앞서 이야기한 새로운 추출방식의 기구들이 유행하면서 이쉽게도 인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 오늘은 이 모카포트에 대해 이야기를 할 텐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일부 음악애호가들이LP판을 찾듯 모카포트에 아날로그 적인 매력에 빠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모카포트는 가스테이블 같은 열원 위에 직접 올려, 보일러 속의 물을 끓이며 생기는 증기가 보일러의 물을 밀어 올려 원두에 투과시켜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농축 커피를 추출하는 일종의 미니 주전자이다. 모카포트라는 말 대신 여러 나라에서 스토브탑 커피 (Stovetop coffee) 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에스프레소는 90 °C 정도의 온수를 고압으로 원두에 투과시켜 추출하지만, 모카포트는 약 2기압 이상에서 약120 °C이상의 끓는 물을 투과해 추출한다. 맛에서도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다른 독자적인 맛이며, 대략 튀르키예 커피와 에스프레소의 중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원두를 물에 끓여서 추출한다는 점에서는 튀르키예 커피와 같고, 짧은 시간동안 고압으로 투과시킨다는 점에선 에스프레소 방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이 모카포트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되어 대중화가 되었는데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아직도 많이 사용한다. 이탈리아인들은 카페에 가지 못할 때 집에서 직접 원두를 갈아서 모카포트로 추출하여 마시는데 그래서 인지 이탈리아 커피 원두 브랜드인 라바짜나 일리의 가정용 원두가 유명하다. 이탈리아 여행시에 가끔 오래된 카페 (혹은 노점카페)를 방문할 경우 모카포트로 내린 에스프레소를 흔히 마셔 마셔볼 수 있다. 그만큼 이탈리아 사람들에겐 “이탈리아의 정체성” 정도로 여겨지는 추출기구다.
모카포트는 외형은 제조사와 상관없이 보통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데 재질에 따라서 가격이나 특징이 나뉜다.

◆ 알루미늄 –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제품군이다. 1933년 처음 발명한 비알레띠사에서 처음 발명하여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지금 까지도 알루미늄 제질의 모카포트가 가장 많이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은 열전도율리 높아 3분이면 추출이 가능하고 관리하기도 너무 편리하다. 하지만 변색이 잘되는 단점이 있다.
◆ 스테인레스 스틸 – 스테레스 모카포트는 알루미늄 모카포트보다 열전도율이 약한 관계로 추출시간이 약 2분정도 더 소요되고, 추출후 커피맛에 때때로 금속맛이 약하게 나는 것이 단점이 있다. 하지만 변색이나 내구성은 더 좋다.
◆ 도자기 – 도자기 재질의 모카포트는 이탈리아의 유명 도자기 회사 안캅의 제품이 유명한데, 아루미늄이나 스테인레스 재질 보다는 진하게 추출되지는 않지만, 나름의 맛이 존재하고 디자인이 아름다워 찿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세라믹 특유의 내구성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카포트는 그 외관으로부터 느껴지는 따뜻함과 친숙함이 있는데 뭔가 가을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커피 추출기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해가 짧아져서 여름이 끝나가지만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친절하게도 “back to school” 이벤트 푯말을 내건 상점들이 너무 냉정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여름이 가는 건 아쉽지만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로 가을을 한번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