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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프레스(Aeropress)

2024-09-19 11:24:33

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48

예전에는 출근을 일찍하는 직원이 커피메이커에 커피를 넣고 진하게 한 주전자를 내려 놓는 게 흔한 일상이었다면 요즘은 각자 좋아하는 캡슐커피를 간편하게 내려 마시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나도 예전에 직장을 다녔을 때 주방에 캡슐커피 머신이 있었고 대부분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맛 (flavor)의 캡슐 커피를 내려 마셨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저건 ‘제대로된 커피’가 아니라고 속으로 잘난 척하며 지나가곤 했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지 동료 중에 한 명이 아침마다 부엌에서 커다란 피스톤 같은 기구를 가지고 와서는 커피를 정성스레 내려 마시는 걸 보았다. 그 신문물은 뭐냐고 내가 물었고 동료는 Aeropress라는 커피 프레스 기구이며 그 또한 캡슐커피를 마시는 다른 직원들은 진정한 커피 맛을 모른다고 이야기하였다. 오늘은 그 동료가 보여준 Aeropress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에어로프레스는 2005년 미국회사인 Aerobie에서 개발한 커피 추출 도구로서, 원래 고리형 프리스비 회사였는데 현재는Aerobie사가 프리스비 사업을 매각하고 에어로프레스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Aeropress Inc.으로 이름을 바꾸어 커피 도구 전문회사가 되었다.
에어로프레스는 플런저/테임버/필터/필터 홀더(캡)으로 구성된다. 생김새를 보면 알겠지만 주사기 같이 생긴 기구에 커피와 뜨거운 물을 넣고 커피를 추출한 뒤 힘으로 눌러서 추출하는 방법이다. 원리만 보면 기존에 있는 프렌치 프레스랑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분이 없는 프렌치 프레스와 비슷한데 추출방식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양하게 달라진다.
에어로프레스는 원래 에스프레소 추출방식을 가정에서 간편하게 또는 휴대 캠핑용으로 간편화 할 용도로써 나온 기구였다. 하지만 애초에 고온, 고압을 쓰는 에스프레소를 단순한 기구로 따라하는 것은 무리였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9bar” 강도의 고압은 대기압의 약 8.8배 수준으로1cm2당 약9.2kg에 해당하는데, 그 정도의 압력을 사람의 힘으로 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늘날에는 에어로프레스를 에스프레소와는 아예 다른 장르의 커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에어로프레스 사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상 드립커피와 함께 브루잉 커피로 분류한다. 이렇게 장르를 구축한 커피 추출 기구가 다 그러하듯이 에어로프레스도 맛이라는 측면에서는 괜찮다. 특히 필터로 걸러낸 깔끔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적정량의 유분을 통과시키는 특징이 있어서 틈새시장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원리의 프렌치 프레스는 미분이 많아 사실 커피를 마시면 더 거칠고 혀에 그 미분들이 남는 느낌이 단점이었다.
에어로 프레스의 장점은 편의선이다. 필터 깔고, 분쇄한 커피 넣고, 뜨거운 물 붓고, 적당히 저어주고 취향에 맞게 압력을 가하면 끝이다. 사용 후 청소하기도 매우 간단하며, 필터가 있어 유분 과 잡맛이 일부 분리된다. 기기가 작고 가벼워 여행이나 캠핑 갈 때 아주 간편하다. 또한 유지 보수가 간편하며 저렴하다.
하지만 에어로프레스에도 단점이 있는데 레시피가 다양한 만큼 변수 통제가 어렵고, 에어로프레스를 받치는 컵에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컵의 파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모델이 드립퍼 용량이 작아 2인용 이상의 추출할 경우 여러 번 추출해야 하므로 매우 번거롭다. 종이 필터를 사용할 경우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한다. 드립에 비해 추출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피로도가 쌓이고 여러 잔을 추출시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