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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7회 2018 한인문화의 날’ 

2018-09-14 00:00:00

해오름 학교 교장 박은숙

 

푸르름이 눈부시던 8월의 햇살 아래 버나비 스완가드 스타디움에서는‘한인문화의 날’ 축제가 열렸다. 밴쿠버 최대 규모의 한인 축제로 한국의 문화를 한 마당에서 즐길 수 있는 멋진 축제이다. 스타디움에 마련된 해오름 부스 앞의 해오름 한국문화학교 교사진은 부스 안에 배너를 걸고 테이블을 셋팅하는 등 이른 아침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축제의 아침을 여느라 부산하다.
부스 테이블 위에는 재활용 천을 이용해서 교사진이 함께 만든 천 개의 컵받침이 먼저 가지런히 놓였다. 조각 헝겊 먼지 속에서 추려낸 헝겊 한 조각 한 조각을 잇고 마름질하여 수를 놓은 천 개의 컵받침.. 해오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동안 천 번 흔들릴 때마다 견딜 힘과 용기와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이 외에도 손뜨게로 만든 수세미, 수를 놓아 만든 브로우치, 목걸이, 가죽 공예를 이용해 만든 팔찌며 각종 악세서리와 한국의 민속 공예용품 등이 제각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또한 한국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붓과 먹이 한국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한복 체험, 민속놀이인 제기차기 및 소고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테이블 뒤에는 평소 해오름의 뒷 힘이 되어 주시는 6.25 참전 유공자회 어르신께 대접할 음식이 정갈하게 준비 됐다. 전 날부터 이른 새벽까지 음식을 준비하느라 애쓴 해오름 최고령자이신 김옥순 어르신의 부산한 손놀림으로 스타디움 앞과 뒤에서 잔치의 서막이 열렸다.
각 부스마다 제각기 준비한 한국의 문화를 여는 모습이 다채로운 가운데 스타디움 앞에서는 역동적인 기개의 태권도 시범을 시작으로 우리 문화 예술과 어우러진 타 민족의 공연도 펼쳐졌다. 태권도 시범이 끝나고 나면 태권도에 관한 민속 인형이 팔리는가 하면 한국 무용을 보고 온 관객은 한복 문양의 와인 케이스를 고르기도 했다. 한복에 새겨진 수를 보고 도장 케이스를 립스틱 케이스로 사용하겠다고 구입하는 한 편, 수가 놓인 브로우치에서 한국적인 멋을 느끼고 부채에 그려진 산수화를 통해 한국의 멋에 빠져들기도 했다. 어린이용 혼례 한복 체험 코너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가 하면 해오름이라는 단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물어오기도 했다. 한국입양인을 위한 문화학교라는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시간이지만 제기도 차보고 한 켠에 준비된 한국화 그리기도 참여해 수묵화를 그렸다. 수묵화 선생님을 따라 한국화가 갖는 매력에 빠져 그 자리를 떠나지 않던 성인 입양인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맏형격인 듬직한 멕케이는 부스에 필요한 물건을 공수해 주며 마지막까지 함께 자리했다. 한국인이라는 자긍심과 동질감을 그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종일 쨍볕에서 봉사할 교사진과 유공자회 어르신을 위해 준비한 음식조차 관심을 갖고 시식해 볼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갑자기 1,2불 후원 형식으로 시식 코너가 등장, 처음 맛보는 도토리묵과 잡채, 소고기 무국, 그리고 한국 믹스 커피가 날개를 달았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이렇듯 크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좀 더 다채로운 한국 음식 문화를 알리는 전문 시식 부스가 따로 마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문화와 더불어 타문화를 함께 융합한 축제의 장이 신록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가운데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우리 문화의 꽃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간임을 공감한 귀한 시간이었다.
이번 한인문화의 날을 통해 해오름의 활동을 홍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와 성인 입양인 들의 모임 활성화를 위한 기금 및 해오름 장학기금 마련에 뜻을 두었다. 또한 한국 문화를 일부나마 알리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부족하지만 한인문화의 날 부스 참여를 통해 우리가 더욱 우리 문화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고 함께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초록보다 눈부신 차세대 교사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이 있다면 한 쪽으로만 기울지 않은 우리의 정신, 생활, 언어문화가 어우러진 문화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의 전통과 현대의 미를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각 분야별 참여의 부족이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타 민족의 문화 속에 더욱 우리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부스 참여비의 부담을 덜어 줄 지원이 시급하지 않을까 곰곰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