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는 마돈나, 셀린 디옹 등 세계적인 가수의 쇼를 보러 다닌다. 그래서 나도 외국에 사는 동안 이런 혜택(?)을 누려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으로 폴 매카트니 공연을 보러갔다. 비틀즈의 멤버로는 존 레논, 조지 해리슨이 있으며, 현존하는 멤버는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있다. 폴 매카트니는 존 레논과 성공적인 작곡 파트너쉽으로 많은 곡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60개의 골든 디스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래미상을 21차례나 수상했으며, 미국 대중음악 부분의 거슈윈 상을 수상했고, 케네디 센터 평생공로상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상을 받았다.
이런 전설적인 스타의 공연이라면 티켓이 엄청 비쌀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예매를 하려는데 ‘어라, 이게 웬일?’ 티켓 값이 싼 것과 비싼 것의 차이가 100배가 나면서 미리 구매만 하면 얼마든지 싼 티켓을 구매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팬이라면,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했다.
공연장이 BC Place 이어서 차로 가려다 주차가 걱정이 되어 스카이 트레인을 이용하기로 했다. 공연장 앞에 가니, 가지고 들어 갈 수 있는 가방 사이즈가 표시되어 있었고, 카메라와 물병 등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집에서부터 카메라를 가지고 갈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온 것이 다행이었다. 시작시간이 거의 가까워 오자 54,500석 중 무대 뒤만 빼고는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게 좌석이 꽉 찼다.
무대 양옆으로 배치된 스크린에서 폴 매카트니의 사진이 나오면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Eight Days a Week”, “Save Us”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보통사람과는 반대 방향으로 기타를 메고 연주를 했다. 이유인 즉 매카트니가 왼손잡이어서, 1950년대에는 오른손잡이용 기타를 개조해서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왼손잡이용 기타를 사용했다고 한다.
1층의 비싼 좌석은 거의 그의 열렬한 팬들이 차지했는지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거의 서 있었다. 좌석이 아니고 standing석 같았다. 사운드는 엄청나게 컸지만 시끄럽게 느껴지기보다는 밸런스가 잘 맞아 나의 고막을 꽉 채워주었다. 다음 곡을 연주하려는데 갑자기 라이트가 2층 객석 입구를 비추어서 보니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3명의 멤버가 그곳에서 무대 위의 멤버들과 함께 연주를 했다. 그 광경을 보니 30년 전쯤 한국에 있을 때 고궁 음악회에서 “레스피기의 로마의 소나무”를 연주 할 때의 기억이 났다. 다른 연주자는 무대 위에, 트럼펫 연주자는 객석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연주자는 무대 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참신함과 써라운드적인 음향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의 앞부분은 비틀즈 때의 곡보다는 자신의 곡이 많았다. 또 신곡이라며 부르는 것을 보니 그의 뇌의 창조하는 부분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에 놀라웠다. 전에 TV에서 대중음악 작곡가 길옥윤씨도 투병 중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침대에 누워 작곡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작곡은 정신만 멀쩡하면 펜을 움직일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가능한 것 같았다.
자신의 어머니의 사망에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Let it be”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떼창을 하며 그 곡이 연주장에 울려 퍼졌다. 또 느리고 서정적인 곡을 부를 때는 한국 TV에서 보듯 관객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셀폰의 손전등을 켜서 또 하나의 멋진 광경을 그려냈다. “The Long and Winding Road”라는 곡을 부른 후에는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관객들도 그에게 하트로 화답 했다. 존 레논을 그리워하며 “Here Today”, 조지 해리슨을 기리며 “Something”을 불렀다. 또 함께 노래하자며 ”Ob-La-Di, Ob-La-Da”를 관객과 하나가 되어 불렀다. ‘역시 떼창은 묘한 감동을 준다.’
“Live and Let Die”를 부를 때는 불꽃과 폭죽이 터졌는데, 나는 정말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소리에 몇 번이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밴쿠버 심포니가 매년 여름이면 버나비의 디어 레이크 공원에서 연주를 하는데, 마지막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을 연주할 때, 원 곡에서는 대포를 쏘지만 야외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면서 폭죽대신 약하게 다른 악기로 대처했는데, 여기는 실내인데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내는 폭죽을 터트리는 것도 놀라웠다.
마지막 곡으로 공연의 대미를 “Hey Jude”를 떼창으로 마무리 했다. “나~나~나~ 나나나나~“ 를 부를 때는 남자만, 여자만, 다같이! 라고 주문을 하면서 멋진 공연을 마쳤다. 그 곡을 들었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케빈 우”사진작가가 떠올랐다. 처음 이민 와서 나의 프로필 사진과 여러 장면을 찍은 사진 등을 CD에 담아 “헤이 쥬드”를 배경음악으로 해서 주셨다. 그 때만 해도 배경음악에 사진을 비디오처럼 볼 수 있는 것은 처음이라 엄청 큰 감격이었다. 그래서 음악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강점이 있는 예술인 것 같다.
공연 후에는 밴쿠버 팬들을 위해 캐나다 국기, BC주기, 영국 국기, 무지개기를 들고 나왔고 관객들은 그에 환호를 했다. 그 후 앙코르가 이어졌다. 몇 곡을 듣다가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다른 곳에서는 ”Yesterday”를 불렀다고 해서 그 곡까지 듣고 싶었지만 5만 명 정도가 한꺼번에 나오면 집에 가기 힘들 것 같아서 미리 나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의 몇 명만 나오고 다들 객석을 지켰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노래가 흘러나왔다. 멋진 밤이었다.
폴 매카트니는 1942년 6월 18일 생의 영국의 싱어송 라이터이다. 올해로 만 77세. 비틀즈 탈퇴 후 성공적인 솔로 활동을 하면서 50년이 넘는 자신의 음악이야기를 3시간동안 노래로 들려주었다. 그런데 경이로운 것은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40여곡이나 되는 곡을 계속 노래했다.
중간 중간 악기를 바꿔가며 -여러 종류의 기타,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의 뒷면이 스크린이 되어 음악과 함께 다른 재미도 주는 업라이트 피아노, 만돌린, 그 보다 더 작은 소리의 우쿨렐레를 치며- 노래했다. 그의 멤버 중 드럼연주자인 에이브 라보리엘 (Abe Laboriel Jr.)은 연주를 하는 도중 마카레나 춤도 추고 코믹한 연출을 해서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가수들 공연은 몇 곡하고 중간에 초대가수가 노래하거나 비디오 등을 보여주거나 하면서 쉬던데…. 더욱 놀라운 것은 뒤의 연주자들을 오히려 쉬게 하고 자기 혼자서 기타를 메고 노래를 했다. 물을 마시는 것도 무대 뒤쪽에서 수줍은 듯 마시곤 해서 그 또한 힘든 것을 과시하며 물을 마시는 가수보다 더 멋있었다. 그의 엄청난 체력과 열정, 암기력…. 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면서 롱런할 수 있는 것인지, 거의 80세의 나이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경이로웠으며 존경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