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6일 FridayContact Us

밴쿠버의 건조한 공기, 폐와 호흡기를 지키는 지혜

2025-09-25 16:21:43

밴쿠버는 ‘비의 도시’라는 별명처럼 비가 잦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살아보면 의외로 건조함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인해 실내 습도가 크게 낮아지고, 여름철에는 강한 햇빛과 바람으로 인해 피부와 호흡기가 쉽게 마릅니다. 이러한 건조한 환경은 우리의 기관지와 폐 건강에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점막이 약해진 분들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됩니다.
기관지는 외부 공기와 가장 먼저 접촉하는 통로입니다. 이곳이 건조해지면 점막이 약해지고 미세먼지나 세균,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목이 간질거리거나 기침이 잦아지고, 가래가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때로는 코피가 쉽게 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밴쿠버의 생활환경이 쾌적하다고는 하지만, 이처럼 건조한 날씨는 우리 몸의 균형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실내 습도 관리입니다. 가습기를 활용하거나 젖은 수건, 물그릇을 두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하루에 8잔 이상의 미지근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 찬바람과 먼지가 직접 기관지에 닿는 것을 막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음식 또한 기관지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배, 도라지, 무, 꿀, 은행 같은 식재료는 폐와 기관지를 촉촉하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어 예로부터 애용되었습니다. 간단히 배를 꿀에 넣어 찌는 ‘배숙’은 건조한 계절에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는 훌륭한 보약 간식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건조한 기운을 ‘조(燥)’라고 부릅니다. 조기는 폐를 상하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가을철과 겨울철에 특히 문제가 되곤 합니다. 폐가 건조해지면 기침이 오래가고 목이 아프며, 음성까지 쉬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방에서는 ‘윤폐(潤肺, 폐를 촉촉하게 함)’와 ‘청열(淸熱, 열을 내려줌)’을 중심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한약으로는 **맥문동탕(麥門冬湯)**이 있습니다. 이는 마른 기침이 오래가고 목이 붓거나 간질거릴 때 효과적입니다. 또 **사삼맥문동탕(沙蔘麥門冬湯)**은 음액이 부족하고 진액이 마른 증상을 보완해 주며, **청상보하탕(淸上補下湯)**은 기력이 약하면서도 기침이 잦은 분들께 도움을 줍니다. 이런 처방들은 단순히 기침만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건조한 기운으로 손상된 폐의 기능을 회복시켜 재발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약선(藥膳)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도라지차, 오미자차는 목을 보호하고 기관지를 부드럽게 하며, 은행이나 호두, 검은깨는 점막을 윤택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음식들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합니다.
침·뜸 치료도 기관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폐와 관련된 혈자리인 척택, 공최, 열결 등에 침을 놓으면 기침이나 호흡 곤란이 완화되고, 족삼리나 중완에 자극을 주면 기력이 보강되며 면역력이 높아집니다. 뜸은 폐수와 신수에 주로 뜨는데, 이는 폐기를 따뜻하게 하고 전신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국 건조한 기후는 단순히 피부가 건조해지는 문제를 넘어서, 호흡기와 전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밴쿠버와 같은 환경에서 건강을 지키려면 생활 속의 작은 실천과 더불어, 한방적인 접근을 통해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는 것이 필요합니다. 몸의 균형을 잘 지켜 나간다면, 비가 오락가락하는 밴쿠버의 기후 속에서도 건강한 호흡과 맑은 기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