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0일 TuesdayContact Us

취업 가로막는 ‘AI 장벽’…BC주 대졸자 가혹한 ‘구직난’

2026-02-10 15:53:57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 전역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B.C.주의 지난해 12월 청년 실업률은 13%로, 3년 전(8%)과 비교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ARLEN REDEKOP

최근 캐나다 BC주의 대학 졸업생들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고용 한파를 겪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며 주 경제의 성장 동력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이번 고용 위기가 단순한 경기 침체 때문인지 아니면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구조적 변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바늘구멍 취업문…”운이 좋아야 뽑힌다”

2023년 빅토리아 대학교에서 생화학 학위를 취득한 레나 라테리 씨는 우수한 성적과 이력을 갖췄음에도 졸업 후 수개월간 구직에 실패했다.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거절뿐이었다.

라테리 씨가 결국 취업에 성공한 것은 예상치 못한 계기였다. 키우던 고양이의 약을 지으러 간 약국에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다 이력서를 전달한 것이 정식 채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운이 좋았다”면서도 “신입 사원에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주는 곳을 찾기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청년 실업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의 15~24세 청년 실업률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BC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25년 12월 기준 BC주 청년 실업률은 13%로, 3년 전(8%)과 비교해 급격히 상승했다.

BC비즈니스협의회(BCBC)의 하이로 유니스 정책 국장은 “팬데믹 이후 다른 주는 고용 회복세를 보였으나, BC주만 유독 2019년 대비 청년 고용이 5%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인구는 이민 유입으로 11% 늘었지만, 정작 일자리는 줄어든 ‘고용 없는 인구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단순 경기 둔화인가, AI의 역습인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현상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레이버마켓정보기구(LMIC)의 피트 넬슨 선임 경제학자는 “청년 고용은 경기 침체의 전조(Canary in the coal mine)와 같다”며 순환적 요인을 강조했다. UBC의 헨리 슈 교수는 낮은 경제 성장률로 인해 기존 인력의 퇴직이 줄고 신규 채용이 동결되면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AI가 신입 사원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과거 신입 직원에게 맡기던 초안 작성, 요약, 코딩,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면서 굳이 미숙련 노동자를 채용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초 이후 대졸 학력과 3년 미만 경력을 요구하는 구인 공고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실무 중심 ‘기술직’으로 발길 돌리는 청년들

불확실한 고용 시장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이들은 실용 학문과 기술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BCIT에 재학 중인 셔빈 라가이 씨는 “핀테크 분야에서 일했지만 장기적 전망이 불투명해 보건안전 프로그램으로 전공을 바꿨다”며 현장의 수요가 확실한 분야를 공략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BC주 내 견습생 등록자 수는 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 정부 역시 이에 발맞춰 향후 3년간 기술 교육 예산을 2억 4,100만 달러(약 2,400억 원)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이비 BC주 수상은 “청정 에너지, 광업, 첨단 기술 등 주요 프로젝트에 필요한 숙련 인력을 양성해 주민들이 고임금 일자리의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실무 경험과 AI 활용 능력이 핵심”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이 장기화될 경우 세수 감소와 소비 위축 등 경제 전반에 ‘낙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채용 전문 기업 로버트 하프의 타라 패리 이사는 “첫 직장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평생 소득 잠재력이 저하된다”며 우려를 표하면서도, “AI를 생산성 도구로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신입 사원들은 향후 기업 운영 방식의 변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교육 기관과 정부가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문학 위주의 학위보다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및 실무 중심의 코업(Co-op) 프로그램이 구직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