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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113년 된 통나무 주택, 반으로 잘라 밴쿠버 아일랜드로 이전

2025-10-09 11:41:56

밴쿠버 웨스트 2nd Ave의 통나무 주택을 옮기기 위해 지난주 부지 내 삼나무와 더글러스 퍼 3그루가 벌목됐다. 이 주택은 절반으로 절단돼 밴쿠버 아일랜드로 이전될 예정이다. 사진=JASON PAYNE

웨스트 2nd Ave 명물 ‘헤리티지 A’ 주택

개발로 철거 위기 끝에 보존 이전 결정

밴쿠버 웨스트 2nd Ave 언덕 위에 자리 잡아 한 세기 넘게 도시의 명물로 알려진 통나무 주택이 곧 밴쿠버 아일랜드로 옮겨진다.

1912년에 지어진 이 주택(주소 4686 West 2nd Ave.)은 시내와 노스쇼어 산맥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 덕분에 ‘밴쿠버의 얼굴’로 불려왔다. 과거 시 heritage 등급 중 최고 등급인 ‘헤리티지 A’로 지정돼 있었으나, 시가 지난해 heritage 등급 체계를 폐지하면서 결국 해체·이전이 불가피해졌다.

건물 크기가 약 5,000평방피트(약 465㎡)에 달해 도로 이동을 위해 주택을 절반으로 절단한 뒤, 로카르노 해변까지 옮겨 바지선으로 듀크포인트(Duke Point)의 니켈 브로스(Nickel Bros.) 시설로 운반할 예정이다.

이전을 앞두고 부지 내 10층 높이의 삼나무와 더글러스 퍼 등 노거수 3그루가 벌목됐다.

이 부지는 처음 1,600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지만, 최종 850만 달러에 거래됐다. 건물과 대형 수목으로 인해 재개발이 까다로워 개발업자들이 매입을 주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의 전 소유주 제니퍼 파르니(Jennifer Fahrni)는 “이런 독특한 건물이 사라진다면 다른 문화재 건물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그래도 집 자체가 철거되지 않고 옮겨지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어릴 적부터 이 나무들이 나를 키운 것 같았다”며 수령이 수십 년 된 노거수의 벌목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이전은 밴쿠버 출신 수전 워커(Susan Walker)가 주도했다. 그녀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자주 방문했던 집이었고, 그 아름다움이 잊히지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꼭 지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워커는 이미 또 다른 문화재 주택을 해체·보관 중이며, 이번에도 해체비, 운송비, 전선 철거 등 각종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파르니는 “시가 heritage 보호 등급을 없앤 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더욱 아쉽다”며 “문화유산 보존의 기준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