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놓지 못하는 / 임현숙

2026-02-11 11:30:15

겨울비
앙가슴에 구멍을 내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잊힌 얼굴들

먹구름 가슴팍에
지워질 이름을 흘려 쓰면

장승 같은 외로움이
너펄너펄
탈춤을 춘다

어둠을 건너는 기차의 비명
빗줄기에 매달려
오래 흔들릴 때

세 평 방 안에 세상을 들여놓고
젖은 하루를
글줄 속에서 꽃피우지

바람 소리 행간을 쓸어가면
나는 잠시
돌아오지 않을 이름을
술잔에 담던
낡은 재즈바의 여인

이마에 번지던 슬픔
와인빛으로 출렁인다

유리창 너머 풍경마저
온통 끌어안고 싶은
너의 이름
사람아

낭떠러지가
스무 걸음 남짓인데도
나는 끝내
세상을 놓지 못하네.

-림(202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