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파독 간호사 60주년 기념 출간작
글 이정순
‘안녕’이라는 인사에 담긴, 한 시대의 상처와 한 여자의 삶
전쟁 ∙ 분단 ∙ 여성의 몸 ∙ 파독 간호사 ∙ 기억의 전승을 그린 박경란 장편소설
박경란 작가의 첫 소설 『안녕, 홍이』를 읽으며 가슴 먹먹한 경험을 했다. 동화작가로서 동화책과 청소년 소설 위주로 글을 쓰다 갑자기 내 안에 훅 들어온 소설 『안녕, 홍이』 단숨에 읽었다. 내가 홍이 일수도, 내 딸일 수도, 내 어머니일 수도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경란 작가는 한국에서 잡지사 기자와 편집장을 지낸 후, 2007년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하고, 파독 이민 1세대 파독 광부, 간호사 500여 명의 인터뷰 기록집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등 독일에 관한 책을 여럿 출간했으며, 여러 희곡집을 써서 기획, 연출까지, 직접 무대에 올린 작가다.
『안녕, 홍이』는 근현대사 이야기다.
『안녕, 홍이』에 등장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는 일본 위안부, 파독 간호사. 하류 계 여자, 아픔일 수도, 아픔을 딛고 성장할 수도 있는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일축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현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역시 파독 간호사였던 언니 생각에 울컥했다. 산증인인 한 사람이 작년 여름에 역사의 뒤안길로 떠났다.
이 소설은 손에 잡는 순간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문장들의 연속이었다.
‘역사소설은 그 시대의 역사와 현재와 상상력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라고 했던 함영연교수의 말을 상기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이 그랬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위안부, 강제 징용, 한국전쟁, 파독 광부, 간호사. 특히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마르크화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로 끌어 올린 장본인들이다. 우리 후손들은 그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 속의 여자 현자와 같은 그들이 없었다면 모르긴 해도 아직도 후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홍이』 책은 말한다. 갑자기 이모의 비보를 받고 화자 차혜경은 이모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 이모의 친구 조현자, 조현자의 딸 서은수, 그리고 조현자의 엄마 홍이, 이렇게 3세대의 기억의 계보를 시공간을 넘나들며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화자인 차혜경이 이끄는 기억 속의 이야기다. 또한 액자식 구성과 교차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화자가 전환되면서 독자의 이해도를 높였다.
박경란 작가는 ‘나는 고통의 역사 앞에서 패배주의적 자괴감에 머무르지 않고, 그 패배 속에서 움튼 씨앗들의 정직한 기쁨과 소망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소설 속 ‘안녕’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작별의 인사와 반가운 만남의 첫인사다. 더 나아가, 하나의 안녕은 아픈 과거에 대한 치유와 회복이고, 또 다른 하나의 안녕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말한다._작가의 말
독자들은 박경란 작가가 쓴 소설과 작품 속 소설가 서은수가 쓴 소설 사이, 진짜 소설과 소설 속 소설에서 기억의 계보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되묻게 될 것이다._출판사 책소개
인생은 원하지 않아도 살아야 할 때가 있다. 나에게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 삶 자체가 시험이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시험지 앞에 서서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 용기의 시험이고, 사랑의 시험이다. _본문 28p
“살아. 그냥 살아. 네 잘못이 아니잖아. 살면 또 살아지는 거야.”_본문88p
본문의 서사나 대화체를 볼 때, 그 시대의 여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알 수 있는 문장들이다. 또한 여자이기에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들이었다.
이 소설에는 제대로 불리지 못한 이름들이 있다. 전쟁과 분단, 이주와 노동의 시간을 여성의 몸으로 견뎌온 이름들이다. 『안녕, 홍이』 한 사람의 기억을 따라가다 결국 우리 모두의 기억에 닿는 이야기다. 침묵은 세대를 건너 계보가 되고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채 오늘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묻는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억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안녕’이라는 인사는 작별이 아니라 오래 침묵해 온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이다.- 오봉옥 (시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라는 말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경란 작가는…
2009년 독일 인도주의협회(HVD) 동반자 프로젝트의 홍보협력팀장으로 근무하며, 15년 이상을 독일에서 살면서 두 딸을 키워 낸 엄마이기도 한 작가는 한국과 독일의 교육, 문화 교류 등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다방면으로 글을 써 왔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인 『안녕, 홍이』, 에세이 『베를린 오마주』, 독일에 사는 한인들의 소소한 일상과 그리움의 흔적을 담은 『나는 독일 맥주보다 한국 사람이 좋다』, 파독 이민 1세대 인터뷰 기록집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파독 1세대 신앙 고백과 삶의 기록들을 담은 『흔적』, 독일 현지에서 바라본 독일 공교육의 가치와 이상을 담은 『독일교육, 성숙한 시민을 기르다』를 출간했으며, 희곡 『베를린의 빨간구두』 『베를린에서 온 편지』 『유리천국』 『칭창총 소나타 No.1』 『옥비녀』 등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