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한 4주…자원봉사자들이 완성하는 도시의 봄 풍경
밴쿠버의 봄은 단순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시 곳곳의 벚꽃 개화를 추적하는 자원봉사자들, ‘체리 블라썸 스카우트’가 있다.
작가 니나 쇼로플로바는 원래 나무에 관한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스탠리파크의 나무 유산』을 집필한 그는 이제 사람들을 벚꽃 군락으로 안내하는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약 10명 내외의 자원봉사자들이 밴쿠버 전역을 돌며 개화 시기를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안내한다.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은 세 단계를 구분합니다. 개화 전, 만개, 그리고 낙화 이후죠.”
쇼로플로바는 이렇게 설명한다.
밴쿠버의 벚꽃은 한 번에 피지 않는다. 품종마다 개화 시기가 달라 약 4주에 걸쳐 동네별로 ‘이동하는 봄’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같은 도시 안에서도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러한 변화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것이 바로 스카우트들의 역할이다. 이들은 다양한 품종의 개화 시기를 관찰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워킹 투어와 축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짧고도 압도적인 벚꽃 시즌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안내자’들인 셈이다.
쇼로플로바의 투어는 특히 ‘느리게 보기’를 강조한다. 꽃이 모여 있는 방식, 꽃잎의 형태, 나무껍질의 질감까지 세밀하게 관찰하도록 유도하며, 벚나무와 자두나무의 차이를 구분하는 법도 알려준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한 번 차이를 알게 되면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그가 벚꽃과 깊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2020년 팬데믹 기간이었다. 당시 축제를 위해 매주 블로그를 쓰며 도시의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경험이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분홍빛 물결처럼 보이는 벚꽃도, 사실은 수백 년에 걸쳐 개발된 다양한 품종(cultivar)의 집합이다. 일본에서는 과거 특정 식물의 교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이들이 있었고, 이들의 실험을 통해 수많은 품종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그는 말한다.
밴쿠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케보노’ 품종은 이른 봄에 개화하며, 넬슨 파크 등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중간 시즌에는 ‘소메이 요시노’, ‘시로타에’ 등이 절정을 이룬다.
이처럼 다양한 벚꽃의 순간을 기념하는 ‘밴쿠버 체리 블라썸 페스티벌’은 어느덧 도시를 대표하는 봄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 축제는 기존 ‘빅 피크닉’을 이틀로 확대하고, 7km ‘블라썸 런’을 새롭게 도입하는 등 규모를 키웠다.
이외에도 데이비드 램 파크에서 열리는 야간 조명 산책 ‘블라썸 애프터 다크’, 던스뮤어 플라자의 블록 파티, 일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쿠라 데이즈 재팬 페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축제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린다 풀(Linda Poole)은 “이 축제가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행사로 성장한 것이 매우 기쁘다”며 “밴쿠버의 대표 봄 이벤트라는 말이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도시 곳곳의 상점들도 이 계절을 놓치지 않는다. 베쿠 베이커리는 ‘르 프랭탕의 맛’이라는 이름으로 벚꽃 테마 디저트를 선보이며 봄의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