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깊어지면 산과 들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기운이 입맛을 깨운다. 그 중에서도 더덕은 봄철을 대표하는 산나물로, 특유의 쌉 싸름한 맛과 은은한 향으로 많은 이들의 식탁에 오른다. 흔히 더덕은 고기와 곁들이는 별미로 알려져 있지만, 한의학적으로 보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몸의 기운을 돋우는 훌륭한 약재이기도 하다.
더덕은 한방에서 ‘사삼(沙蔘)’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폐와 비위를 보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면서도 쓴맛이 있어, 체내의 열을 식히고 진액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봄철에는 겨우내 건조해진 폐를 촉촉하게 하고, 미세먼지와 황사로 인해 자극받기 쉬운 호흡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기침이 잦거나 목이 건조한 사람에게 더덕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더덕은 기운을 보하면서도 답답함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만성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봄이 되면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이는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기운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더덕은 비위를 도와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음식물로부터 얻은 영양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 전반적인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더덕의 또 다른 장점은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을 완화하는 데 있다. 더덕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은 인삼과 유사한 작용을 하여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한다. 특히 중 장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혈관 건강 문제나 만성 염증 상태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 손발이 차거나 몸이 잘 붓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리 방법에 따라 더덕의 효능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다. 생으로 무쳐 먹으면 더덕 본연의 향과 진액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어 폐를 윤택하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고, 구워서 먹으면 따뜻한 성질이 더해져 소화 기능을 보강하는 데 유리하다. 다만 지나치게 강한 양념이나 기름진 조리법은 더덕의 담백한 약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한편, 더덕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성질이 차기 때문에 평소 소화력이 약하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몸이 지나치게 냉한 경우에는 생으로 먹기보다는 가볍게 익혀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음식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봄은 새로운 기운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이때 어떤 음식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한 해의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 더덕은 자연이 주는 봄의 선물로서, 우리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귀한 식재료다. 계절의 흐름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곧 가장 자연스러운 건강 관리법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때다.
소박하지만 깊은 약성을 지닌 더덕 한 뿌리에는 자연의 기운과 한방의 지혜가 함께 담겨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제철 식 재료를 통해 몸을 돌보는 여유를 갖는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보약이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