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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16시간 시차 덕분에 건강과 가정경제 동시에 챙겼다”

2021-08-27 13:08:50

이 사람 저 사람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밴쿠버의 삶을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유창하게 영어를 소화하는 아들을 보며 만족스러웠던 시간들. 지난 50개월간의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남긴다.

조기유학 동반 아빠의 밴쿠버 50개월 체험기

– 불청객 코로나 변수, 생활 패턴변화 “새벽골프·오후주식”  

 

글 사진 서동욱  

  

2017년 6월 아들의 조기 유학을 위해 밴쿠버 공항에 발을 디딘지 어느덧 50개월이 됐다. 멀리 타국에서의 삶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 사람 저 사람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밴쿠버의 삶을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유창하게 영어를 소화하는 아들을 보며 만족스러웠던 시간들. 지난 50개월간의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남긴다. 

 

믿었던 동반비자 대신 컬리지 입학 

당초 아들의 학생비자 하나로 부모가 다 체류가 가능할 것으로 믿었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관광비자 6개월 체류 일정으로 2017년 여름 입국 이후 처음 3개월은 집과 학교를 셋팅하는 등 달라진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고, 나머지 3개월은 체류할 수 있는 비자취득에 열을 올렸다. 이 기간동안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컬리지에 입학하게 됐고, 약 2년간 이곳을 다니며 20대 다국적 젊은 학생들과 함께 펜을 잡았고, 2019년 가을 졸업을 했다. 25년 넘게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머릿속에 있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보고서와 기안용지 등을 통해 출력하는 형태였다면, 이곳에서의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90년대 초반 대학졸업 이후 무엇인가를 패스하기 위해 약 30년간 공부를 한 기억이 전혀 없던 나로서 언어의 장벽은 물론 새로운 것을 머릿속에 입력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 이 졸업장은 나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우선 3년짜리 워크퍼밋이 선물로 왔고, 덕분에 다운타운 내 조그마한 호텔에서 일할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한 세금신고는 작년부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으로 이어졌고, 아들의 학비도 공식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었다. 내가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2023년까지 캐나다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학교를 다니며 스스로 만들었다는 만족감이었다. 

 

불청객 코로나로 실직했지만 ‘새벽 골프, 오후 주식’ 패턴의 삶 변화 

지난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불청객 코로나 이슈는 누구나 알다시피 사람간의 이동을 제한하는 데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에서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25년에 이어 밴쿠버에 온 이후에도 컬리지와 나름 현지 호텔에서 매우 바쁘게 생활했던 터라 실직으로 인한 한가함은 나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달리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심에 위치해 있는 골프코스가 나를 반겼다. 한국 그린피의 20% 수준도 안 되는 비용으로 골프를 치며, 하루 10km에 가까운 걷기운동은 워크홀릭 수준으로 밤낮과 요일을 가리지 않으며, 25년간 음주문화와 함께 했던 나의 심신과 건강을 회복하는데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 더불어 이 시기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증시 폭락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한국에서의 주식투자 경험도 있었지만, 폭락장에서의 이삭줍기는 이곳에서의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수익을 안겨줬다.한국과 캐나다간 약 16~17시간 가량의 시차는 <오전 골프, 오후 주식>이라는 내 삶의 패턴 변화를 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일과시간에 업무를 하고, 오후 시간에 술을 마셨던 지난날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건강과 비지니스를 동시에 챙길 수 있어 더 없이도 좋은 조건이었다. 그야말로 나에게 있어 밴쿠버는 신이 내린 축복의 땅과도 같았다. 

 

한국의 코로나 4차 유행으로 졸지에 6개월은 ‘기러기’  불가피 

일반 조기유학 가족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지 않고 이곳에 왔다. 그래서 최대 3년을 계산하고 밴쿠버에 입국했지만, 코로나 변수 워크퍼밋 발급 골프와 주식 등의 유·불리한 조건변화 등은 이 기간을 50개월까지 늘렸다. 

 

아들은 2011년생, 캐나다에서는 오는 9월이면 5학년이다. 밴쿠버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다녔으니 이제는 한국말이 영어보다 편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의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크기에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이 곳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기준으로 4학년 2학기 전학을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 예상과 달리 전면등교를 선언한 한국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연일 들려오는 4차 대유행과 2인 이상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지 못할 정도의 방역조치는 또 다시 원격교육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훤했다. 고민 끝에 살던 집 렌트를 6개월 연장하고 나 홀로 한국에서의 또 다른 삶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오는 9월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여름 청정, 쿨썸머의 대명사였던 밴쿠버의 여름이 요즘은 예전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새다. 해마다 들려오는 산불소식과 열돔 현상 등 날씨의 변화로 인해 에어콘을 찾는 밴쿠버 인구가 크게 늘어날 정도다. 남서향인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요즘 오후 4시가 되면 숨이 막혀 집에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찾는 곳이 바로 집 앞에 있는 코퀴틀람 계곡이다. 지난 4년간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러한 행복공간의 존재도 몰랐지만, 수년 만에 찾아온 더위는 아들과 우리부부를 매일저녁 자연스레 차거운 계곡물로 이끌고 있다. 가을이면 연어와 곰이 공존한다는 이 계곡이 최근엔 우리 가족의 더위탈출 장소가 됐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 밴쿠버에 대한 막바지 매력에 푹 빠져있는 중이다. 이제 얼마안남은 캐나다 생활, 오늘은 이곳에서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가족과 함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한잔 기울이며 장작을 피우러간다. 인생의 중턱에서 비자, 컬리지, 주식, 골프, 건강, 동네앞 계곡까지, 모든 것이 다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밴쿠버를 안주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