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4일 ThursdayContact Us

나이 들면 왜 잠이 줄어드는가 — 잠을 못 자는 것이 아니라, 잠이 얕아지는 것이다

2025-12-04 11:28:41

“예전에는 머리만 대면 아침이었는데, 요즘은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 네댓 시면 눈이 떠집니다.”
“잠을 안 잔 것은 아닌데, 잔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수면 시간이 줄어든 것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애써 참고 지냅니다. 그러나 수면 문제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그 이후에 따라오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 우울감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잠의 양보다 구조와 질이 먼저 변합니다.
젊을 때의 수면은 깊고 연속적입니다. 수면 중 깊은 단계가 충분히 유지되어 몸과 뇌가 온전히 회복됩니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의 비율은 줄어들고, 얕은 잠과 각성이 늘어납니다. 작은 소리에도 깨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다시 잠들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는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잔 시간보다 훨씬 적게 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기혈의 소모와 음양의 불균형으로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자양하고 안정시키는 혈과 음이 서서히 감소하며, 특히 수면을 책임지는 심장과 신장의 조화가 약해집니다. 이를 ‘심신불교’라 부르는데, 이 상태에서는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쉬지 못하고,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이 많아집니다. 새벽에 쉽게 눈이 떠지고, 그 이후로 잠이 오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정서적 요인이 더해집니다. 중·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건강 문제, 가족에 대한 걱정, 경제적인 부담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낮에는 애써 잊고 지내지만, 밤이 되면 이런 생각들이 고개를 듭니다. “오늘은 잠을 잘 수 있을까”라는 걱정 자체가 또 다른 긴장이 되어, 잠을 더 멀어지게 합니다. 수면은 억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내려놓을 때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생활 습관도 중요합니다. 활동량이 줄고 낮잠이 길어질수록 밤에 필요한 졸림이 부족해집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TV나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습관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며, 나이가 들수록 그 영향은 더욱 커집니다. 젊을 때는 넘길 수 있던 자극들이, 노년기에는 곧바로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면 잠을 포기해야 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면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회복의 깊이입니다. 잠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잠은 짧고 이른 시간에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밝은 빛과 자극을 줄이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히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따뜻한 족욕이나 발목 찜질은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의학 치료는 단순히 잠을 강제로 재우는 데 목적을 두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히고, 약해진 기혈과 음을 보완해 몸이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둡니다. 침 치료로 긴장을 풀고, 개인의 상태에 맞춘 한약으로 전반적인 균형을 회복하면, 수면 시간이 아주 길어지지 않더라도 아침의 피로감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나이가 들며 잠이 줄어드는 현상 자체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도 늘 피곤한 잠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잠은 여전히 몸을 회복시키고 마음을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잠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오히려 더 정성껏 돌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