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14회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떤 것들이 필요 할까?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물감, 붓, 팔레트 순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재료들이 있어도 이것이 없으면 그림을 그릴 수 가 없는데 그건 바로 캔버스다. 커피 블렌딩도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각 고유의 색깔을 가진 커피들을 가지고 숙련된 기술을 가진 로스터가 좋은 커피 로스팅 기계로 심혈을 기울여 볶은 후에 각 원두의 특성들을 고려해서 로스터만의 레시피 비율로 잘 블렌딩을 해주면 하나의 작품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블렌딩 커피에는 캔버스가 역할을 하는 원두가 있다. 이 원두는 다른 특성이 뚜렷한 원두들을 잘 조화 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전체적인 발런스를 잡아 준다. 이런 캔버스 역할을 하는 원두가 없다면 특성이 강한 여러 원두들은 서로 자기 특성이 잘났다고 싸워서 결국 뭔가 조화롭지 못한 블렌딩 커피가 되기 쉽다. 모든 스포츠, 드라마, 또는 여러 공연들을 보면 누군가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인공들이 더 빛날 수 있게 뒤에서 묵묵히 조력해 주며 그 작품의 완성도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과 같이 오늘 이야기 하게 될 이 원두도 블렌딩 커피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 지금쯤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바로 브라질 커피 이야기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다. 이런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커피는 그들의 오래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국제커피기구 ICO통계에 의하면 브라질은 년간 16억톤의 커피를 생산하고 커피 사업 종사자는 3천5백만명이라고 한다. 이는 브라질 경제에도 커다란 자리 메김을 하고 있다. 과거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에는 미국 다음으로 최대소비국으로 발전되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으로 따졌을 때는 6.2kg로 전세계에 14위에 해당한다. 조만간 브라질은 전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2개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지도 모르겠다.
17세기 당시 네델란드와 프랑스 간의 서인도 제도에서 커피 농장을 양분하면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와중에 브라질 관리인 팔게타가라는 인물이 두 나라 사이에 중재를 담당했다. 팔게타의 빼어난 외모 덕분에 프랑스령 기아나 총독은 팔게타에게 무한 신뢰를 보였고, 총독 부인의 눈에까지 들게 된다. 팔게타가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총독 부인과 사랑을 나누고 그녀로부터 커피 씨앗이 숨겨진 꽃다발을 선물로 받게 된다. 바로 그 커피 씨앗이 브라질 북부에 뿌리 내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브라질의 커피 농장의 시초다.
브라질에는 예로부터 식당에 가면 커피음료는 무료로 제공될 정도로 커피는 한국에서의 보리차와 비슷하다고 생각 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손님이 오면 환대하는 의미로 카페징요 (Cafezinho)를 대접하는데 추출 방법은 냄비에 일정양의 물과 설탕을 먼저 넣고 끓인 후 분쇄된 커피를 넣어 여과하여 데미타세에 담아 마시면서 환담을 한다. (데미타세 : 프랑스어로 반잔을 뜻하는 합성어로 일반컵의 반정도라는 뜻. 에스프레소 잔과 비슷함).
이렇듯 일반적인 브라질 커피는 그 맛과 향이 무난하고 어떤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대중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가지 커피체리 수확후 새로운 발효과정들을 거쳐 스폐셜티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들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브라질 커피는 정말 기본에 충실하고 캔버스 같은 원두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