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밍웨이가 사랑한 쿠바 커피 이야기-
[커피 이야기] 16회
아이들과 함께 제한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동안 있어야 하거나 부득이 하게 일을 잠깐 해야 해서 아이들로부터 방해를 최소화하려고 쓰는 방법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사실 우리 어릴때만해도 유치원 갈 정도 나이가 되면 혼자 나가서 하루 종일 동네친구들과 놀다가 저녁때 돌아왔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들은 “나가 놀다 와” 한마디면 됐지만 요새는 더 이상 그런 사회 시스템(?)이 아니다. 아무튼 요즘은 태블릿 PC, 핸드폰, TV, 아니면 게임기로 아이들의 관심을 일정시간 동안 돌리는 방법이 부모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시대도 바뀌었고 환경도 바뀌었기에 이런 문물들을 아이들에게서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뭐 좋은 면도 있어 보여서 가끔은 그런 면들을 혼자 생각해 내며 합리화를 하기도 한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이것이 아닌데 주제와 상당히 많이 빗나가 버렸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릴 때도 사실 게임기 같은 것이 전혀 없던 건 아니다. 닌텐도라는 게임기가 처음 나왔을 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슈퍼 마리오 게임은 정말이지 새로운 세계였다. 재밌는 것은 이 슈퍼 마리오 게임이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두 이탈리안 출신 배관공 형제 둘이 쿠파라는 괴수에게 붙잡힌 피치공주를 구하는 그런 줄거리다. 오늘 이야기 할 나라는 이 슈퍼마리오에 나오는 쿠파 괴수와 발음이 아주 비슷한 쿠바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뜬금없는 서론 형식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쿠바가 처음 커피를 접하게 된 것은 1747년 스페인인 “돈 호세 헤라우도”에 의해서이다. 그가 처음 가져온 커피묘목은 아름다운 쿠바의 비옥한 화산토양 그리고 기후에 너무 적합하여 커피 농사가 잘 되었다. 기후적인 요인으로 주로 동부에서 좀 더 많은 생산량을 기록하였으며, 품종은 Bourbon, Typica, Catura, Catuai가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쿠바를 대표 할 수 있는 높은 품질의 크리스탈마운틴 커피는 단맛, 신맛, 쓴맛 그리고 부드럽고 적당한 바디감으로 조화를 잘 이룬 커피인데 이는 자마이카 블루마운틴에 대적할 만한 커피로 인정받고 있는 최고급의 커피다.
잠시 역사적 일화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며 쿠바를 사랑했던 헤밍웨이는 미국 보다 쿠바에서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아바나 해변가에서 낚시를 하던 그는 쿠바의 정열과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그 이후부터 20년간 쿠바에 살았다. 아바나의 카페에서 시가와 커피를 즐기고 모히토(Mjito 럼에 레몬이나 라임을 섞어 넣은 칵테일)를 즐겨 마셨다. 헤밍웨이는 아바나 동쪽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 코히마르에서 바다낚시를 하곤 했다. 이곳에서 여러가지 영감을 떠올리다 그의 대표작품인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가 탄생하였으며 이 마을이 소설의 배경 된 것이다.
쿠바 남동부 최초의 커피 재배지 고고 경관 (Archaeological Landscape of the First Coffee Plantations in the South-East of Cuba)은 세계문화우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 “시에라 마에스트라” 지역 산악 계곡의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170여개의 커피 농장들은 커피를 말리는 계단식 건조마루와 아치형 송수로 등 19세기 전통 재배법을 보전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도 하다 이처럼 쿠바는 오래전부터 뛰어난 커피가 생산된 나라이기도 하다. 아직은 생산량이 적지만 요즈음에는 관광객 급증에 따라 수요가 높아져 앞으로는 커피가 쿠바의 주요한 수출상품으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쿠바인들은 특유의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닌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신다. 쿠바는 세계최고급 커피중의 하나인 터퀴노 (Turquina)를 재배하면서 1890년대에는 약 2,000개가 넘는 커피 공장을 가지고 있던 커피 강국중의 하나였는데 그 이후 정치적인 이유로 지금은 많이 위축 되어있는 상황이다. 지금도 쿠바를 대표하는 커피문화의 중심지인 하바나 곳곳에는 은은한 커피향을 풍기는 커피하우스가 즐비하다. 그 중 “카페 에 라스 인퓨전 (Café de las Infusions)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함께 정통 쿠바 커피가 만들어내는 황홀한 커피향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아직 접해 보진 않았지만, 쿠바의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는 부드럽고, 순하면서도 풍성하고, 감미로운 달콤함, 그리고 텁텁하지 않은 산뜻한 맛이라고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직접 한번 볶아서 시음을 해보고 싶다. 혹시라도 여러분 중에 쿠바를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를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