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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18

2023-06-29 16:10:20

– 오후 4시…. 인도네시아의 커피 문화 –

[커피 이야기] 18회

오후 4시.
캐나다에서는 참 설레는 시간이다. 왜냐면 4시면 이미 퇴근을 했거나, 퇴근시간이거나,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피 로스터리를 하기전엔 나도 평범한 직장을 다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4시가 되면 일을 마무리하고 4시 반이면 퇴근을 했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늦어도 5시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근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참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4시면 일은 끝날지 모르지만 곧 너무나 그리웠던(?) 아이들을 Daycare에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어떤 부모든 4시면 너무 신이 나지 않을까 싶다. 요새는 이상하게도 일 시작하는 오전 8시쯤이 조금 더 설레는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은 ‘4시’에 대해서 이야기 한 이유는 바로… 인도네시아의 커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커피 역사의 시작은 17세기로 거슬러 올라 간다. 1696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고위 관리자가 자기 개인소유의 작은 농장에서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커피 재배하기에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때부터 커피 농장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19세기 초 인도네시아 재배된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 해지기 시작했다. 그 후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는 세계 3~4위 커피 생산국이 되었다. 특히 사향고양이 배설물로 유명한 루왁커피 외에도 다양한 특색을 가진 커피도 재배하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산업은19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병충해로 인해 아라비카종 커피 재배에 어려움을 겪자 병충해에 강한 로부스타종을 더 많이 심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아라비카종은 로부스타종 보다 쓴맛이 덜하고 맛과 풍미가 더 좋은 종자로 여겨진다). 그 후 베트남과 함께 로부스터종 커피 대국으로 변모하였다. 최근에는 재배 기술이 좋아져 특별한 병충해에 강한 아라비카종 커피도 동시에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커피는 1,700여개의 섬과 적당한 습도, 고지의 특성에 따라 농작을 운영하다 보니 품종, 재배방식, 가공방식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은 커피가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의 사향고양이의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숙성된 커피는 독특하고 풍부한 향미를 가지게 되는 루왁커피를 비롯, 습식 가공법을 통해 일반적인 로부스타 보다 맑고 과일향이 나는 발리커피, 흙 냄새와 매운맛 경우에 따라서 버섯향을 느낄 수 있는 수마트라 아라비카 외에도 술라웨시 토라자, 아체, 파푸아, 플로레스 등 다양한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구름도 많고 습도가 높아 커피체리를 수확 후 과육을 벗겨 말리는 방식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발전해 왔다. 보통 커피체리에서 과육을 벗긴 후 커피 콩에 얇은 막 (피치먼트 혹은 내과피)는 남겨두고 건조를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조가 끝나면 그대로 창고로 옮겨 보관 후 수출 바로 전에 이 내과피 제거 한 후 선적을 한다. 내과피는 창고에 보관 중일 때 커피콩의 습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해주기 때문에 일부러 건조시 이 내과피를 제거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Wet-Hulling 방식은 워낙 습도가 높기에 건조전에 이 내과피까지 벗겨서 건조를 하는 방식인 것이다. Wet-Hulling 커피는 풍부하고 강한 맛, 깊은 바디감과 산도가 잦으면서도 담배잎 맛을 가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역 별로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달라 소비자들이 Wet-Hulling커피에 대해 가지는 취향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아라비카종 커피는 슈마트라섬에서 재배되는 만델링(Mandheling)커피이며 묵직한 바디감, 약한 흙내음, 꽃향기를 지니고 있다. 맛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누구나 좋아하진 않지만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다른 커피는 심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