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부터는 거식증,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존엄사가 허용되는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의사 2명으로부터 환자의 정신 상태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확인될 경우 의료 조력 사망이 허용된다.
밴쿠버의 한 종합병원에서 우울증 환자에게 ‘의료 조력 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MAID, 존엄사)을 권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다. 캐나다에서는 의사 2명이 허가할 경우 의료 기술을 이용한 사망이 가능하다.
병원관계자 “병상이 부족하다. 메이드
(MAID)를 고려해 보셨냐” 물어
논란 일자 병원 측 “규정준수”…사과 전해
10일 글로벌 뉴스 등에 따르면 만성 우울증 환자인 캐서린 멘틀러(37)는 지난 6월 밴쿠버에 있는 종합병원 상담 센터를 찾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을 제안받은 멘틀러는 다음날 진료를 받을 때까지 병원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한 직원이 멘틀러에게 다가와 “병상이 부족하다. 메이드(MAID)를 고려해 보셨냐”고 물었다. MAID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로 스스로 삶을 끝맺는 방식이다.
직원은 투여되는 약물과 구체적인 치사량 등 MAID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심경에 대해 멘틀러는 “권유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민감한 대화를 할 공간도 아니어서 불편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환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한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며 “아무리 정신질환이나 장애 등으로 고생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살아갈 가치에 대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멘틀러는 충격적인 제안을 듣자마자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살기 위해 도움을 청했는데 절망적이었다”며 “시스템이 무너져 어떤 도움도 없고, 죽음을 돕는 것이 유일한 선택인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내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모든 캐나다 연방 규정을 준수했다. 직원들은 환자의 위험을 평가하는 임상 평가를 완료한 뒤 MAID를 처방한다”며 “고통을 겪은 멘틀러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질환자나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한 의료 조력 사망을 합법화했다. 2021년에는 불치병 환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2024년 3월부터는 거식증,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존엄사가 허용되는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의사 2명으로부터 환자의 정신 상태가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확인될 경우 의료 조력 사망이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