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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추출의 대표 드립커피

2024-10-03 12:01:43

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49

내가 생각하는 커피의 매력 중의 하나는 한 가지의 재료 (커피)를 가지고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 그리고 끊임없이 생겨나는 레시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커피 추출의 다양성은 그 어떤 음료보다 기구, 원리, 그리고 방식에 따라서도 늘어난다. 또 재밌는 것은 같은 커피 원두를 가지고도 장소, 상황 여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추출 방식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여유로움의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유가 적은 바쁜 출근길 아침에는 비교적 빨리 추출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한 아메리카노나 캡슐커피를 선호하지만 늦잠이 허락되고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주말 아침에는 (아이가 없는 집이라고 가정하자) 커피를 만드는 그 과정마저도 즐길 수 있는 드립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곧 그런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오늘은 여유로운 추출의 대표가 되는 드립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먼저 드립커피를 칭하는 여러가지 말 들이 있는데 (Drip coffee, Pour-over, Filtered coffee) 다 같은 원리의 추출 방식이며 나라마다 표시하는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기본적인 방식은 분쇄한 커피빈을 거름망을 장치한 Dripper에 담고, 온수를 통과시켜 추출하는 방식이다. 만약, 차가운 물로 추출을 한다면 콜드브루 커피가 된다. 한국에서는 주로 드립 커피라고 하며, 온수를 한 번에 붓는 방식을 주로 사용된다. 이때는 소위 “정드립”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나눠 붓기 드립 법과 구분되는 추출 기법을 의미한다.
외국에서는 “Drip coffee” 보다 “Pour-over coffee” 나 “Filtered coffee” 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기원은 독일의 “멜리타”이지만 도구화 기법의 실질적 발달은 일본에서 주로 이루어졌기에 일본식 커피 (Japanese coffee)로도 불리 우는 이유다. 에스프레소 샷을 기반으로 하는 아메리카노와 비교하면 드립커피는 필터에 통과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미분과 유분이 걸러지고, 같은 농도의 아메리카노와 식감에서 차이가 있다.
드립커피 방식은 독일의 주부였던 멜리타 벤츠 (Melitta Bentz, 1873~1950)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늘 튀르키예 커피처럼 끓여 마시다 보니, 항상 원두 찌꺼기가 남아 거칠은 뒷맛이 남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주방에서 깡통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종이를 깔고 분쇄한 커피를 넣은 후 온수를 부어 추출을 한 결과 찌꺼기 없는 훌륭한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이후 원통형 깔때기 (드리퍼)와 그 규격에 맞는 일회용 종이필터를 생산하여 판매하게 되었다. 이후 점점 기구가 발전되어 사다리꼴 드립퍼로 개선되며 발전되었다. 이후 멜리타가 Melitta Kaffeefilter를 상표등록을 하고 드립 기구를 생산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유명한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는 드립 필터뿐만 아니라 드립 커피 메이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진공포장 원두까지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후 드립커피는 일본으로 전파되어 특유의 다도 문화와 접목되어 극도로 발달했다. 오늘날 까지도 업계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하리오, 칼리타 등의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일본의 전통 카페인 “킷사텐”에서는 자가배전 원두를 수동으로 드립 추출하는 커피 문화가 탄생하여 오늘날의 로스터리를 겸하는 카페의 근원적인 형태가 되었다.
이와 반대로 실용주의적인 마인드가 강했던 2차대전 당시 미국은 이탈리아 점령지에서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커피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물을 희석해 드립 커피의 농도에 맞춘 라떼, 아메리카노가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고품질 생두의 향미를 즐기는 스페셜티 커피문화와 드립방식의 추출이 만나므로 인하여 단일 품종의 커피 본연의 산미와 향을 강조하기 위한 추출 방식으로서 드립 커피는 주목받게 되었다. 특히 약 배전한 커피의 본연을 맛을 가장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추출 방식이 바로 핸드 드립 방식이었다. 이후 유럽에서도 커피 애호가들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드립 커피의 기원은 독일이 맞긴 하지만 지금은 하리오 와 칼리타가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지고 있어 일본식 추출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독일에서 시작되어 일본 특유의 세심함까지 더해진 추출방식으로 발전한 드립커피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어느 추출방식보다 원두 고유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음편에서도 드립커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