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수요일Contact Us

단상 1

2024-10-22 14:02:45

글·사진 오석중

 

아침에 거울을 보니

한쪽 눈은 무섭고 다른 한쪽 눈은 슬프게 보였습니다.

슬픈 눈은 무서운 눈 때문에 더 슬퍼 보이고

무서운 눈은 슬픈 눈 때문에 오히려 더 슬퍼 보였습니다.

 

I was looking at the mirror in a morning

My one eye looked scary

And the other looked sad

The sad eye looked sadder because of the scary eye

The scary eye looked even sadder because of the sad eye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잠에 취한 눈을 씻습니다.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슬픈 일도 보고 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여주면서 살아가겠지요. 이렇게 겨울이 지나가고 있 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도 봄을 기다리는 사람도 모두 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반구 밴쿠버의 아침은 겨울과 여름이 아주 다릅니다. 여름에는 아침이 일찍 찾아와 나를 깨우지만 겨울에는 언제나 나보다 늦게 옵니다. 지금 나에 게 아침은 어릴 적만큼 신비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원래 나는 아침 형 인간은 아니었 지만 늙은 지금은 저녁 형 인간도 아닙니다. 그냥 늙은이, 어릴 적 내가 보던 노인, 지금 애들 이 보는 노인이 지금의 나입니다. 이상하게 느끼실지 모르지만 거울을 보지 않을 때 나는 나 를 230대 어릴 때와 같이 생각합니다. 생각이 없을 때의 나를 보는 나지만 보통 젊거나 늙다 는 의식이 없는 나를 나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없는 나를 나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맞을까요? 보통 환갑을 지나면 노인이라고 하겠지만 환갑을 지난 사람도 어리게 보일 만큼 나의 눈과 나 는 나이를 먹었습니다. 무엇을 볼 때, 젊은 사람들을 볼 때도 (나는 늙었다)는 의식 없이 그냥 봅니다. 그렇게 느낍니다. 나는 나의 이 점이 이상합니다. 무엇이나 동등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입니다. 이런 차등은 무엇일까요? 남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나만 차등을 가지고 세상에 적용하면 적응이 될까요? 나이를 먹고 시력이 나빠졌지만 눈으로 본 정보를 인식하는 능력은 왜 내 맘 대로 착각하는 걸까요? 신체적 능력은 나빠졌는데 어떤 점은 아닌 것처럼 선별해서 착각하는 걸까요? 나는 이런 나를 믿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