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속 ‘조용한 증세’…과세구간 동결로 세부담 확대
물가연동 중단, 5년간 수십억 달러 세수 증가 전망
지난 주 발표된 BC 예산안에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은 ‘조용한 세금 인상’ 이 숨어 있다. 브랜다 베일리 BC 주 재무장관의 예산 연설에서도 이 조치는 언급되지 않았다.
BC주정부(신민당/NDP)는 재정계획을 통해 개인소득세 과세구간과 환급 불가 기본 세액공제를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5년간 수십억 달러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증세다.
더욱이 정부가 그간 ‘고소득층’ 을 주요 과세 대상으로 삼아왔다는 점과 달리, 이번 조치는 저소득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대부분의 주정부는 물가상승률에 맞춰 소득세 구간을 조정한다. 이는 납세자의 소득이 단지 생활비 상승분만큼 늘어났을 뿐 인데도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동시에 각종 세액공제의 실질 가치가 물가상승으로 잠식되는 것도 막는다.
그러나 BC주정주(NDP)는 내년부터 2030 과세연도까지 이 같은 물가연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추가 세수는 2026~27 회계연도 6,000만 달러에서 2028~29 회계연도 5억9,000만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정부는 그 다음 두 회계연도에 대한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BC사업위원회(BCBC)의 데이비드 윌리엄스는 다음 해 최소 10억 달러, 그 다음 해에는 13억 달러 이상의 세수 증가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향후 5 회계연도 동안 주민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될 개인소득세는 32억~34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증세가 별도의 정책 변경 없이 매년 자동으로 세 부담을 늘린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율 인상 발표도, 별도의 보도자료도 없이 세금은 조용히 오르게 된다.
이러한 ‘비연동(deindexation)’ 방식은 정부가 증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베일리 장관은 대규모 세수 증가를 예산 연설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BC주만의 사례는 아니다. 매니토바 주정부(NDP) 재정 균형을 달성할 때까지 물가연동을 중단했으며, 알버타주의 통합보수당 정부 역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반면 노바스코샤주와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주는 최근 다시 물가연동 제도를 도입했다.
비연동의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 근로자들까지 과세 대상에 편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물가 상승에 맞춰 임금이 조금 올랐을 뿐 인데도 세금 부담이 생길 수 있다. 4년 전 기본 인적 공제액은 1만1,304달러였으나, 2026년에는 물가 상승으로 1만3,216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향후 4년간 이 공제액은 동결된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포함해 소폭의 임금 인상을 받은 이들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과세구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실질 세 부담을 높이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조치가 사실상 영구적인 세후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1년부터 다시 물가연동이 재개되겠지만, 그동안 누적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세제 구조를 보정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베일리 장관은 예산 연설에서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민들은 더 열심히 일하지만 앞서 나가지 못한다고 느낀다” 고 말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에 편승한 이번 정책은 그러한 발언을 무색하게 한다. 앞으로 4년 동안 BC 주민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도 실질적으로는 더 나아지지 못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신민다NDP 주정부의 ‘조용한 세금 인상’ 이 자리하고 있다. 최소한 재무장관이라면 이러한 정책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방어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침묵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