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문영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우연 앞에서 늘 망설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우연을 맞이한다
그 하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은
삐뚤 빼뚤 하다
우연히 어떤 그림은 정교 한 적도 있다
우연을 받아들일 때
우연을 사랑할 때
우연한 사고를 나무라지 않을 때.
우연한 사고를 겪을 때,
내 밑바닥 어딘가에 물이 흥건히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아직도 밑바닥에서 다 닦이지 않은 채
잘 살고 있는 양 웃음 지었던 날이 거슬러 아프다
우연한 고통은 나를 다스리고
나의 마음 저 맨 끝에 무엇이 있는 지 알게 하는 힘을 준다
그래서 우연히 기쁠 때도 있음을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