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2025-02-26 12:21:12

윤문영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우연 앞에서 늘 망설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우연을 맞이한다

 

그 하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은

삐뚤 빼뚤 하다

 

우연히 어떤 그림은 정교 한 적도 있다

우연을 받아들일 때

우연을 사랑할 때

우연한 사고를 나무라지 않을 때.

 

우연한 사고를 겪을 때,

내 밑바닥 어딘가에 물이 흥건히 차 있음을 알게 된다

 

아직도 밑바닥에서 다 닦이지 않은 채

잘 살고 있는 양 웃음 지었던 날이 거슬러 아프다

 

우연한 고통은 나를 다스리고

나의 마음 저 맨 끝에 무엇이 있는 지 알게 하는 힘을 준다

 

그래서 우연히 기쁠 때도 있음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