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올때 읽으면 잠 오는 커피 이야기 51
한국 분들이라면 날씨가 쌀쌀해지고 11월이 접어들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는 아마 김장이 아닐까 싶다. 사실 공정도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김장을 하는 집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민 사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오히려 한국에서는 한번도 한해 봤지만 나처럼 캐나다와서 시도를 해본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김장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좋은 배추, 그 중에서도 한국산 가을 배추를 가장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늦여름에 한국의 배추값이 한 포기에 2만원이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 과연 캐나다까지 올 물량이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긴 하지만. 오늘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드립커피의 원두 종류 선택인데 김장의 첫 단계인 배추 절임에 예를 들어보려고 이렇게 김장이야기로 시작을 해보았다.
배추를 절일 때 소금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경험이 있는 분들은 다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보통 굵은 천일염을 이용해 배추를 절이는데, 왜 더 맛도 있고 미네랄도 많은 비싼 죽염, 히말라야 핑크 소금, 맛소금을 사용하지 않을까? 너무 말도 안되는 질문이라고 느끼겠지만 커피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가진 커피기구에 따라 원두 종류, 배전도, 그리고 산지를 고려를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생두를 구비해 두고 추출기구와 방식에 맞는 배전도와 원두 종류를 직접 볶아서 사용하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이진 않다. 우선 로스터기가 있어야 하고 장비가격이 비싸기도 하고 설치 장소도 가정에서는 마땅하지가 않다. 로스터기에 배기 연통도 설치해야 하고, 실제로 볶는 스킬도 있어야 하는데 단시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일부 애호가들은 멸치망 두개를 포개거나, 후라이팬에도 로스팅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주방에서 볶을 경우 1차 팝핑때 실버스킨 (생두가 일정 온도로 올라가면 허물을 벗듯 점액직/외피가 벗겨지는 과정) 이 많이 나와 주방이 온통 연기와 실버스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생두를 구입하는 개인 소비자는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원두(미디움 로스트)를 구입해서 가급적 집에서 수동 혹은 전동 그라인더로 입자를 드립 커피에 알맞은 입자로(굵은 설탕 크기입자) 직접 갈아서 사용한다. 물론 원두 구입시 분쇄된 제품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두를 분쇄 후 약1시간이 지나면 커피의 향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산패도 빨리 진행되므로 가급적 드립하기 직전에 직접 분쇄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여 커피향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원두 분쇄할 때 입자를 가늘게(fine) 해서 드립을 해 보면, 물이 종이필터를 통과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맛이 좀더 쓴맛이 나온다. 또한 에스프레소용으로 강배전된 원두를 사용해 드립커피를 추출하면 쓴맛은 강하고 다른 신맛, 단맛 그리고 커피의 아로마향이 쓴맛에 가려진다. 물론 드립용으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원두를 선택해야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이유로 보통 드립용은 에스프레소용 브랜딩 커피보다 싱글오리진 원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압 그리고 비교적 고온의 물로 커피를 단시간에 추출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강배전 이상의 원두가 이상적이지만 드립기구를 이용할 때는 비교적 긴 시간에 약고온의 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같은 원두를 사용하면 더 쓰고 다른 개성이 없는 커피가 추출이 된다. 이처럼 추출기구에 따라 원두의 배전도나 종류를 잘 선택해야 원두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과 특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드립용으로 원두의 개성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내츄럴 방식으로 말린 아프리카 계열의 예가체프G1과 케냐AA원두를 추천한다. 보통 아프리카 원두가 다른 산지 원두 보다 가격대는 있지만 산미와 향이 풍부하다. 원두 구입시 아로마 밸브가 있고 잘 포장된 제품인지 확인후 원두커피를 구입해야 하고, 가급적 최근에 볶은 커피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개월 이상 된 제품은 드립용 원두로서 적합하지 않다.
글 A Cup of Heaven Coffee 로스터리 대표: Joseph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