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기 첫사랑

2025-04-16 11:54:30

윤문영

시골 어느 한 구석진 오두막 집이 그의 집이었을까

집 앞에는 조르르 냇가가 흐르고 개구리 한 두 마리쯤

펄쩍 대던 곳이 그의 집이었을까

 

저녁이면 친구와 늦게까지 놀다가

땟구정물 범벅이 된 얼굴에 땀까지 흘렸던 개구쟁이

소년이 그 사람이었을까

 

오래된 나무 문 삐끄덕 열며 신발도 채 벗기 전에

헐레벌떡 들어갔던 곳이 그의 집이었을까

 

그 땟구정물이 아직도 채 가시기 전에

그는 사랑하는 설렘을 알았던 것일까

 

사랑을 하니 그의 감정은 도망가고

도망가던 것이 들켜 영원히 나오지 못하게 깊이 숨겨둔

가슴 한켠이 그의 오래 묵은 사랑법이었을까

 

가슴아 나와라

숨지 말고 마음껏 나와라

 

싫은 표정도 기쁜 표정도 다 그것이 나이며 너이니

숨지 말고 술래잡기 하지 말고

그냥 햇살 따라 나와라

 

행여 잘못 나와도 다시 거북이 머리 집어 넣듯 할 테니

수줍어 하지 말고 나와라

 

그러나 끝내,

우리의 사랑은 가슴에 폭풍이 지나가고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고 눈이 내려 묻혀진 시골뜨기 첫사랑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