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은 어느덧 봄을 지나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오르고, 일조량이 많아지면서 몸이 점차 여름의 리듬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고, 한낮에는 더운 날씨가 반복되는 탓에 몸이 외부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습니다. 실제로 초여름에는 피로감, 식욕 부진, 수면 장애, 소화기 질환, 피부 트러블 등을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계절에 맞는 생활 습관과 음식 섭취가 중요합니다.
초여름 건강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은 ‘무리하지 않되, 몸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시기에는 아침저녁 기온이 낮고, 낮에는 갑자기 더워지는 만큼 옷차림을 조절해 체온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일찍 반팔을 입기보다는 얇은 겉옷을 챙기고, 냉방이 강한 실내에서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목과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찬 음식과 냉방의 과도한 사용입니다. 더위를 피하려는 마음에 얼음이 든 음료를 자주 마시거나, 차가운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게 되면 체내 장부, 특히 위장 기능이 쉽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비위(脾胃)의 허약’으로 설명하는데, 비위가 약해지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체내 기혈 순환도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식욕이 줄고, 체중이 빠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여름에는 수분 보충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물만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몸의 기운을 살려주고 진액 생성을 돕는 음료가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미자차는 갈증을 해소하고 땀이 지나치게 나는 것을 막아주는 데 좋고, 구기자 차는 간과 신장을 보하면서 피로 회복에 효과적입니다. 보리차나 율무차는 몸 속의 습기를 배출하고 위장을 편하게 해주는 작용을 하므로 초여름에 특히 권장되는 한방차입니다. 단, 이들 차는 너무 차갑게 마시기보다는 미지근하게 섭취하는 것이 장부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음식 또한 기운을 덜 소모하면서 진액을 보충해주는 식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오이나 수박, 참외 같은 제철 과일과 채소는 수분 보충에 좋지만, 많이 먹게 되면 몸이 쉽게 냉해질 수 있으므로 양을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 매실, 자두, 토마토처럼 신맛이 도는 과일은 위장의 소화 기능을 도와주고 식욕을 돋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보리밥이나 율무 죽, 녹두전 등은 소화도 잘되고 속을 편하게 해주는 음식으로, 초여름 식단에 잘 어울립니다.
한방에서는 이 시기를 ‘여름을 준비하는 몸 만들기’의 시점으로 봅니다. 특히 심장의 기운이 왕성해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심장이 쉽게 피로해지고 자율신경의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어 체력을 미리 보강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력이 약하거나 평소 피로를 자주 느끼는 사람, 혹은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이들은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맞춘 한방 보약을 통해 기혈 순환을 도우면 본격적인 무더위를 훨씬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로감이 심하고 기운이 자주 빠지는 사람에게는 **보중익기탕 (補中益氣湯)**이, 위장이 약하고 자주 체하거나 설사하는 체질에는 **사군자탕 (四君子湯)**이 쓰입니다. 입이 자주 마르고 안면에 열감이 있으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이, 불면이나 가슴 두근거림, 열 감이 심한 경우에는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飲)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초여름의 이 시기는 몸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생활 습관을 점검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무리하지 않되 자연의 흐름을 따르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면서 한방의 지혜를 더한다면, 올 여름도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