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밝이 술 / 윤문영

2026-03-17 12:00:22

지난주가 정월 대보름 음력으로 1월 15일이었다.
달이 휘영청 밝으면 귀밝이 술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귀밝이 술을 사오셨다.
일 년을 희망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을 갖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술을 먹어야 한다는 듯 늘 사오셨다.

어린 나에게 귀밝이 술을 주는 대신,
어머니의 엄지손가락에 술을 찍어 내 입술에 바세린을 바르듯 문지르셨다.
입술이 묵직했던 적.
귀밝이 술이었다.
좋은 것만 듣고 즐거워하라는 새해의 염원이 담겨 있다.

지금은 그 술이 그리웠다.
대보름이 오면 어머니는 잣, 밤, 그리고 호두를 또한 사 오셨다.
호두를 후두두 소리 내서 이빨로 조각을 내며 건강한 이를 자랑하던
언니의 이는 지금은 다 뭉개졌다.

잣에 바늘을 꽂고 불을 붙여 밝히고는,
우리 자매들은 어둠 속에서 호두를 까 먹었다.

어머니는 밤늦도록 일을 하시고,
우리는 밤늦도록 부럼과 센베이 과자를 먹었다.
센베이는 부채과자다.
강정같이 생긴 네모난 과자는 달콤하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였다.

지금도 시중에 나와 있지만.
그 옛날의 맛은 영 내지 못하고 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기술이 발전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맛이 있었을까.

옛날로 돌아가면서 정월 대보름의 귀밝이 술을 마주하고 싶은
오늘은 밤늦도록 호두를 우지직 먹고 싶다.

 

윤문영
존재 중심, 글쓰기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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