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절박함, 그리고 희망이 담긴 뜻밖의 여정 / 가이블랙

2026-01-21 12:47:48

한국전쟁 가평 전투를 기억하기 위한 나의 여정은 2021년 4월, 내가 혼자 토피노에서 랭리까지 걷겠다고 결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고, 정신과 육체 모두에 대한 거대한 시험이었다. 약 300킬로미터 정도의 이 짧은 여정에서 나는 산 정상으로 향했고, 눈과 얼어붙은 비, 작열하는 태양 아래를 지났다. 그 모든 여정 동안 난 언제나 단단한 아스팔트 길을 밟아 왔다.
이 여정은 2023년에 이어졌다. 나는 밴쿠버 공항까지 걸은 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했고, 다시 러닝화를 신고 가평군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이 두 번째 여정은 한결 수월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고, 날씨도 온화하고 거의 늘 따뜻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클린턴이라는 젊은 친구와 함께했다. 그는 끊임없이 발의 통증과 싸우고 있었지만, 그런 줄도 모른 채 나를 앞으로 끌어주었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이 5년에 걸친 추모 여정을 완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4월은 가평 전투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유엔군은 가평 계곡을 따라 서울을 탈환하려던 막강한 적에 맞서 단호하게 저항했다. 캐나다 병사들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 영국, 미국의 병사들이 소총과 수류탄, 때로는 맨손으로 싸웠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나는 인천에 도착하기도 전에 원치 않았던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한국을 횡단하는 도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해야 했다. 이미 매주 걷고 뛰었지만, 그때부터는 매일 훈련했다. 하루만 더 달리고, 조금만 더 걷겠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여행을 향한 열정이 나를 도리어 깊은 절망 속으로 이끌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었다. 먼저 오른발 안쪽 인대가 부분 파열되었고, 이어서 ‘러너스 니(무릎 부상의 일종인 슬개골 연골연화증 – 역자 주)’가 찾아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무릎이 부은 것은 내겐 오히려 필요했던 일이었다. 더 이상 달리거나 걸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몸은 쉬고 회복해야 했지만, 나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하나 이제는 강제로 멈춰야 했다. 만약 무릎 통증이 없었다면, 내 무모한 열정은 부상을 더 악화시켜 결국 수술과 더 긴 회복 기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내가 자초한 결과를 모두 받고 있는 셈이었다. 누군가는 그냥 운이 나빴던 거라고 말했다. 물론 중요한 시기에 두 번이나 다친 것은 불운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낡은 운동화를 신고 너무 많이 달리고 걸었던 건 분명 내 잘못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무리한다고 말할 때도 나는 듣지 않았다. 그때 내 눈앞에 보였던 것은 한국에서의 추모 도보 여행이 끝났다는 현실 뿐이었다. 800km라는 거리 자체는 두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목표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듯했다.
절망과 절박함은 늘 내 곁을 따라다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가파른 언덕을 뛰어오르며 그 혹독한 싸움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몇 달 동안의 물리치료와 족부 전문의 스턴 박사, 정형외과 전문의와의 상담 끝에, 나는 이제 회복 중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포트 무디에 있는 맥스핏 운동 재활치료소(MaxFit Movement Institute)에서 켈식 박사와 물리치료사 캔디스의 지도 아래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으며, 그들은 내 망가진 몸을 회복시켜 주었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무너진 마음과 희망까지 되찾아 주었다.
4월 21일 한국에 도착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위한 한 달 동안의 여정을 시작하게 될 때, 나는 혼자가 아니라 고향에서 나를 응원해준 많은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옮긴이: 전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