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6일 TuesdayContact Us

영화, 그리고 비 / 윤문영

2026-06-11 12:17:05

혼자 있는 시간에 비가 내린다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오직 비가 내렸던 적.

가슴이 숨을 쉬고

오직 들리는 소리

비가 저벅 저벅

영화가 끝나면 안개 같은 아련함

바로 일어서면 날아갈 것들

순간이 도장처럼 박히어

그 순간이 영원처럼 바뀌던 날

지금껏 쌓아온 감정이 숨 죽인 자세가 되어

가만히 끝까지 자막을 뚫어져라 보던 날

영화와 비 그리고 나

나란히 길게 뻗은 여운

영화가 끝난 후

온통 내 몸을 적셨다

영화를 보는 내내 품었던 감정이

고스란히 비가 되어

밖에도

비가 내릴 것 같아

미리 비를 맞았다

어두컴컴한 영화관

한 둘씩 빠져나가면

더욱 더 비는 거세어지고

나는 움직일 수가 없어

오직 비를 흠뻑 맞아

나갈 수가 없었다

환상이 깨지는

두려움은 착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