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에 치명적 결함 일으키는 CGD,
‘프라임 에디팅’ 치료에 성공
18세 UBC 대학생 타이 스펄이 면역체계에 심각한 결함을 일으키는 희귀 유전질환 만성육아종병(CGD)을 유전자 치료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으로 완치한 세계 최초 사례로 보고됐다.
희귀 유전 질환으로 면역 체계에 ‘구멍’이 생기는 만성육아종병(CGD)을 세계 최초로 완치한 사실은 타이 스펄(18)에게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잦은 구내염, 매일 복용해야 했던 약들은 이제 그의 일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린 논문에서 ‘참가자 1번’으로 기록된 일이 그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것은 아니다.
“전과 크게 달라진 느낌은 없어요.” UBC 오카나간 캠퍼스에 재학 중인 스펄은 담담히 말했다.
스펄은 다섯 살 때 CGD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면역 체계, 특히 박테리아를 포식해 파괴하는 백혈구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정상적인 백혈구는 일종의 ‘표백제’와 비슷한 물질을 분비해 세균을 제거하지만, CGD 환자의 백혈구는 이 물질을 만들지 못해 감염에 취약해진다.
BC 아동병원 소아면역학자 스튜어트 터비 박사는 “그의 보호 갑옷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었다”며 “언제든 세균이 침투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방적 항생제·항진균제 치료에도 스펄은 여러 차례 입원했다. 어린 시절 심각한 폐 감염으로 처음 진단을 받았고, 6학년 때는 두개골 뼈에 감염이 생겨 이를 치료하는 데 약 2년이 걸렸다. 일부 환자에게는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CGD의 표준 치료법은 골수이식이지만, 스펄에게는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했다. 터비 박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을 꾸준히 지켜보던 중, 미국 프라임 메디슨이 몬트리올 생쥐스틴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인 엘리 아다드 박사에게 스펄을 추천했다.
스펄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식 과정의 불확실성이었다. “좀 긴장됐어요. 유전자 편집이라는 건 들어는 봤지만, 이렇게 빨리 적용될 줄은 몰랐죠.”
하지만 그는 터비 박사를 믿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줄곧 제 주치의였고, 정말 똑똑한 분이에요. 그의 자신감이 저를 안심시켰어요.”
유전자 편집 기술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표적해 교정하는 연구가 임상 단계로 넘어가면서 의학 혁신의 문턱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터비 박사는 스펄의 혈액 줄기세포를 채취해 CGD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교정하는 편집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스펄의 백혈구는 이제 정상적으로 감염을 공격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BC 보건부 조시 오스본 장관은 성명을 통해 “스펄의 사례는 공공의료, 연구, 국제 협력의 힘을 보여준다”며 “임상팀의 혁신을 통해 생명을 위협하는 유전 질환을 치료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희귀 질환을 겪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시에, 과학에 대한 현명한 투자가 어떻게 삶을 바꾸는 치료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