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약화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성
▲캐나다 경제 성장 둔화 우려
▲글로벌 금리 환경 변화 등 지목
국제 금융시장에서 캐나다 달러(루니)의 입지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외환보유고 통화구성(COFER) 자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과 외환보유고 운용 기관들이 캐나다 달러 비중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의 COFER는 전 세계 주요 통화의 외환보유 현황을 분기별로 집계하는 핵심 지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미 달러와 유로화가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75%를 차지하며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 흐름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 달러는 주요 선진국 통화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보유 비중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다 유동성이 높은 통화나 지정학적·경제적 안정성이 큰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그린백’으로 불리는 미 달러 역시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비중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내셔날은행 경제학자 워렌러블리는 “2025년 기준 미 달러의 외환보유 비중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글로벌 외환보유 구조가 다변화되는 흐름 속에서 달러 중심 체제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캐나다 달러의 ‘전례 없는’ 이탈
이제 캐나다 달러도 미 달러와 유사한 운명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러블리는 “2025년 마지막 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고 풀에서 캐나다 달러 보다 비중이 더 많이 축소된 통화는 없었다”며 “심지어 미 달러보다도 감소 폭이 컸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2025년 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를 직접 겨냥한 무역 전쟁을 시작하면서 외환 관리자들이 캐나다 달러 포지션을 축소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한 해 동안 캐나다 달러의 공식 보유 비중은 0.34%포인트 하락하며, 루니가 IMF 예비통화 목록에 추가된 이래 연간 기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분기에만 340억 달러, 연간으로는 총 530억 달러가 줄어든 수치다.
러블리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연간 11% 감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다른 어떤 예비통화보다도 급격하고 깊은 하락세” 라고 덧붙였다.
현재 COFER는 미 달러, 유로, 파운드 스털링,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일본 엔, 중국 위안화 등 8개 주요 통화를 추적하며, 나머지는 ‘기타 통화’로 분류한다. 2025년 말 기준 캐나다의 점유율은 2.49%로 떨어져 IMF 보고 통화 중 5위를 기록했다. 반면 ‘기타 통화’의 비중은 6%까지 확대되었다.
상충하는 데이터
러블리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미국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캐나다의 불확실한 전망이 루니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 가지 기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IMF 매각 데이터와 달리,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캐나다 자산에 열광하고 있다. 러블리는 “IMF와 통계청 데이터가 상충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4분기에 나타난 캐나다 달러 보유고 매각과 광범위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매입(통계청) 사이의 격차는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매우 기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거주자들은 2026년까지도 캐나다 달러 표시 채권을 계속 추가 매입하고 있다. 이는 IMF 데이터보다 더 최신 상황을 반영한다.
러블리는 “만약 2025년에 외환보유고 관리자들이 정말로 발을 뺐다면, 적어도 캐나다 채권에 대한 대체 수요처는 확보된 셈”이라며 “이는 캐나다 국내 채권 시장의 비거주자 포지션이 그 어느 때보다 ‘비공식’ 자산운용사 쪽으로 쏠려 있음을 의미하며, 레버리지 활용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갈등과 물가 상승의 변수
다만, 최근의 이란 갈등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원 부국이자 “성장 친화적인 새로운 연방 정책”을 가진 캐나다가 다시금 ‘공식’ 외환 관리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향후 외환보유고 운용 전략이 더욱 다변화되면서 캐나다 달러를 포함한 중견 통화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위안화, 금, 기타 대체 자산 비중 확대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