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135 미제출·지연 제출 시 하루 25달러씩 부과
세금 신고까지 늦으면 부담 가중
캐나다 국세청(CRA)은 해외 자산을 일정 금액 이상 보유한 납세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해외 소득 검증 명세서(Form T1135)’를 제때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T1135는 해외 금융계좌와 부동산, 투자자산 등 일정 기준 이상의 해외 자산을 보유한 납세자가 매년 세금 신고와 함께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신규 이민자들도 캐나다 세법상 거주자로 인정된 이후에는 해당 의무를 적용 받는다.
문제는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신규 이민자들이 신고 기한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CRA는 T1135를 늦게 제출할 경우 하루 25달러씩 최대 2,50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고의적인 미신고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더 큰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소득세 신고까지 기한을 넘기면 연체 이자와 별도의 가산세까지 추가돼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상당수 납세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벌금을 내고 상황을 마무리 짓지만, 일부는 국세청에 직접 구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거나 이마저 도 거부당할 경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국세청의 거부 처분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6년 6월 연방법원은 캐나다로 이주한 후 T1135 양식을 제때 제출하지 못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한 이민자 부부의 사건에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구체적인 전말을 살펴보기에 앞서, 캐나다의 해외 자산 신고 규정과 지연 제출에 따른 과태료 체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캐나다 납세자가 직전 연도 중 어느 시점 에라도 보유한 ‘지정 해외 자산’의 총 취득가액이 10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반드시 T1135 양식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등록 계좌에 보유한 미국 플로리다의 은행 잔고를 비롯해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미국 주요 기업의 주식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아리조나의 콘도처럼 개인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부동산이나, 등록 은퇴저축계좌(RRSP), 비과세저축계좌(TFSA) 등 정부 등록 계좌에 보유한 자산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하루당 25달러씩, 최대 2,500달러의 지연 과태료가 부과되며 미납 이자도 가산된다. 만약 국세청이 납세자가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서류를 누락했다고 판단할 경우 벌금은 지연 월수당 500달러, 최대 12,000달러로 크게 뛴다. 누락 기간이 24개월을 넘어가면 기존 과태료 처분 외에 해당 해외 자산 취득가액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번에 연방법원 판결을 받은 부부는 지난 2018년 10월 캐나다로 이민을 왔으나, 바로 다음 달 인도로 출국해 2019년 5월까지 머물렀다. 캐나다로 돌아온 부부는 세금 신고를 마쳤으나 2018년도와 2019년도분 T1135 양식 제출은 누락했다. 이후 이민 첫해부터 해외 자산을 신고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통상 이민 첫해에는 신고 의무가 면제되지만, 이 부부의 경우 10년 전 캐나다 거주 이력이 있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부부는 잘못을 인지하자마자 자발적으로 누락된 T1135 양식을 작성해 2022년 4월 정기 세금 신고와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들의 자발적인 성실 신고에 정상을 참작하는 대신, 2022년 6월 1일 자로 재평가 통지서를 발송해 두 사람에게 각각 2018년과 2019년 귀속분에 대해 지연 제출 과태료 2,500달러씩(연간 부부 합산 5,000달러) 총 1만 달러의 벌금과 미납 이자를 부과했다.
억울한 부부는 국세청에 감면 신청서를 보내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성실하고 선의로 행동했다는 점, 해당 오류가 실제 납부해야 할 세액 자체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한 현재 고정 소득이 없어 아들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액의 과태료를 내는 것은 극심한 생활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자산 신고 규정을 오해해 서류를 누락했다고 해명했다. 양식 이름이 ‘해외 소득 검증 명세서’로 되어 있어, 자산의 가치가 10만 달러 이상이더라도 실제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10만 달러를 넘지 않으면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 양식은 해당 연도에 해외 소득이 ‘0원’이더라도 보유 자산 가치가 10만 달러를 넘으면 반드시 제출해야 하지만, 명칭 탓에 많은 신규 이민자가 혼선을 빚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건을 처음 심사한 국세청 담당관은 서류가 2022년 4월이 되어서야 제출된 점을 지적하며 “비협조 상태를 시정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두 건의 지연 제출을 단일 사안으로 참작해 2018년도분 과태료와 이자는 면제해 주는 부분 감면 처분을 내렸다.
부부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8년 말에 정착한 아주 초기의 신규 이민자로서 복잡한 세법 규정에 혼선이 있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2단계 재심을 맡은 국세청 담당관은 “신규 이민자의 세금 신고를 돕기 위한 다양한 안내 책자를 제공하고 있다”며 기한 내 서류 제출의 책임은 전적으로 납세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추가 감면을 거부했다.
특히 이 담당관은 재심 결정문에 기한 내 미제출 이력이 반복되었고, 고의로 체납 잔액을 방치했으며,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해괴한 논리를 덧붙였다. 아울러 벌금 납부가 생계 유지에 지장을 줄 정도의 재정적 어려움을 유발한다는 부부의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부부는 연방법원에 2단계 재심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사법심사)을 제기했다. 재판부의 판단 핵심은 국세청의 감면 거부 처분이 과연 ‘합리적 재량권 행사’였는지 여부였다.
사건을 심리한 연방법원 재판부는 국세청 심사관이 부부의 ‘2018년 및 2019년 서류 지연 제출 행위’ 자체를 근거로 삼아, 이 부부가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서류를 늦게 내는 불성실한 납세 이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대목을 두고 “치명적인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세청 심사관은 신청인이 2018년과 2019년 T1135 양식을 누락한 사실을 바로 그 2018년과 2019년 양식 누락에 대한 구제 요청을 거부하는 주요 근거로 삼았다”며 “이러한 순환 논리는 구제 신청의 원인 행위 자체를 구제 거부의 사유로 둔갑시키는 오류를 범해 결국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세청의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해당 사건을 국세청으로 돌려보내 다른 심사관에게 재심사를 받도록 명령했다. 가혹한 벌금 폭탄에 맞서 국세청의 문을 두드리고, 끝내 법원으로 향한 납세자의 끈질긴 노력이 행정당국의 독단적인 순환 논리에 제동을 건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