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FridayContact Us

대형 화재에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들… 불안한 내일

2026-07-17 13:12:57

화재로 전소된 뉴웨스트민스터 아파트 주민들을 돕기 위해 이웃들이 기부한 의류와 생활용품이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가득 쌓여 있다.

뉴웨스트민스터 아파트 전소

이민 서류·생계 모두 잃고 막막한 현실

지난 10일 뉴웨스트민스터 4가 905번지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건물 내부가 대부분 소실되면서 수십 명의 주민이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었다.

이주민인 네뵤 게타훈 씨는 화재 발생 사흘 뒤인 13일, 캐나다 체류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자신이 거주하던 모퉁이 세대는 발코니 난간만 겨우 남아 있을 뿐 내부는 완전히 불에 타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현재 화재 현장은 안전 문제로 건물 전체가 펜스로 둘러싸여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개인 소지품을 꺼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재민들은 의류와 생필품은 물론 여권, 이민 관련 서류, 금융기록 등 중요한 문서까지 모두 잃어 당장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신분을 증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타훈 씨 가족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캐나다에 도착한 지는 불과 석 달 남짓 되었다. 화재 당시 그의 아내는 9살과 4 살 된 두 아들을 데리고 공원에 가 있었고, 게타훈 씨는 건물에 사고가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 안에는 영주권 서류와 신분증을 포함해 가족의 전 재산이 들어있었다. 셀폰에 서류 사진이 저장되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는 알 수 없다. 그는 펜스 앞을 지키며 “마음이 너무 무겁다. 두 아이가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게타훈 씨 옆에는 BC 에티오피아-캐나다 인권협회 회장인 케베데 아바테 씨가 함께 서서, 게타훈 씨가 서류를 찾을 수 있도록 진입을 허가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었다. 아바테 회장은 “그 서류들이 이 사람에게는 목숨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물주 대신 현장에 나온 자산 관리자는 보안 요원들이 이틀 동안 고수해 온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현장이 안전하지 않아 당국의 허가를 받은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뉴웨스트민스터 시 당국에 따르면 불은 10일 오후 1시 30분쯤 시작되어 약 15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불길은 11일 새벽 2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잡혔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2명과 주민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소방관들은 현재 퇴원한 상태다.

13일에 마주한 건물은 뼈대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었다. 건물 아래에는 여전히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잔해 속으로 냉장고, 세탁기, 의자, 소파, 매트리스 몇 개가 어렴풋이 보였다. 주차장에는 여전히 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탄내가 가시지 않았으며, 건물 내부에서는 화재 경보기 소리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현장 경비를 맡은 파반 카우르 씨는 “돌아오는 주민들의 눈이 모두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며 “그곳에 평생 모은 재산이 들어있던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보안 요원들은 24시간 현 상주하며 연기가 다시 피어오르는지 감시하고 있다. 그녀는 11일 밤에도 연기가 다시 피어올라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약 6시간 동안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로드 켈빈 초등학교 체육관 바닥에는 구호 물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신발, 기저귀, 위생용품과 함께 의류가 답지했고, 무대 위에는 아직 뜯지도 않은 기부 물품 자루가 가득했다. 12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물품을 분류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의 기부는 계속 이어졌다. 공간 부족으로  수거가 잠정 중단되었음에도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뉴웨스트민스터 네이버후드 하우스를 운영하는 메리 트렌타두 씨는 전 회원이 온라인으로 화재 소식을 접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고, 체육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이 체육관 안에 없다고 했다. 트렌타두 씨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을 내릴 수 있는 현금”이라며 “새로 살 곳을 구해야 한다면 당장 보증금부터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게타훈 씨는 정부로부터 식비와 의류 구입비 명목으로 약 1,070달러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받았으며, 현재 메트로타운에 있는 호텔에 머물고 있으나 이마저도 다음 주면 만료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다음 조치를 기다리라는 안내만 받은 상태다. 어떻게 버티고 있느냐는 질문에 게타훈 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삶도 힘들었는데, 이제 이런 일까지 닥쳤다”며 말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