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내리막길
조심조심 걷는다
긴 실타래처럼
구불구불 펼쳐있다
전설로 흐르는
붉은 여우나
멧돼지, 흑곰의 고향이었을 이 길
나를 따라오는 개
뭔가 아는 듯 킁킁거린다
저 멀리
올려다본 우듬지
내려다본 강물의 윤슬
무던히 네가 지나온 길
걸어가야 했던 길
다 알고있다고 끄덕인다
길 위에 난 어떤 발자국을
무슨 체취를 남겼을까
라일락같은 순한 향기로
남을 넘어뜨리지 않는
발자국 이었기를 바래본다
잠시 뒤돌아본다
노파의 마른 손등처럼
땅에 솟은 나무의 혈맥들
그 길을 걷고 버텨내느라
두 손 꽉 쥐고 살아온 시간들
이제는 내리막길
새처럼 자유롭게
별빛을 노래하며
사뿐사뿐 걸어가리라
이 길 다할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