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용 방사 의혹 제기… 동물보호단체 “새 건강에 심각한 위험”
약 2주 전 앨더그로브에 거주하는 메리 크룩 씨는 자신의 집 마당 모이통에서 날개 안쪽이 선명한 분홍색으로 물든 흰 비둘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크룩 씨에 따르면 이 새는 날 수는 있었지만 한쪽 날개를 축 늘어뜨린 채 움직였고, 매우 배가 고픈 상태처럼 보였다. 그는 관련 정보를 찾아본 뒤 모이통 아래 오트밀을 놓기 시작했고, 현재 이 비둘기는 하루 서너 차례 먹이를 먹기 위해 마당을 찾고 있다.
크룩 씨는 깃털에 칠해진 분홍색 페인트를 근거로 이 새가 인근에서 열린 결혼식이나 베이비샤워 행사에서 날려 보낸 비둘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동물복지단체들은 행사 목적으로 비둘기를 염색하거나 방사하는 행위가 새의 생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염료는 깃털의 방수 기능과 체온 유지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새가 깃털을 손질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삼킬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아기의 성별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새의 깃털을 염색하는 행위(딸이면 분홍색, 아들이면 파란색)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여러 동물 구조 단체들은 공원에서 염색된 비둘기들을 잇달아 발견하고 있다. 최근 피닉스 인근에서는 한 인플루언서 부부가 밝은 파란색으로 염색한 새들을 날려 보낸 뒤, 인근 강가에서 동물 구조 단체에 의해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크룩 씨는 “내 눈에는 명백한 학대로 보인다”며 “이 새들은 스스로 먹이를 찾는 법도 모르고 포식자가 누군지도 모르며, 잠잘 곳조차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BC 동물학대방지협회(BC SPCA)의 사라 두보이스 동물 복지 부문 이사는 부상을 입은 비둘기 관련 신고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새들 중 일부는 결혼식, 장례식, 성별 확인 파티 등의 행사에 동원되거나, 일부는 비둘기 레이싱 경기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메릿 시는 델타, 스콰미시 등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사유지 외의 장소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에 동반 참여했다. 이는 레이싱 대회가 끝난 후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페인트가 칠해진 비둘기들이 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두보이스 이사는 이러한 지자체의 자체 조례를 제외하면, BC주 내에서 비둘기를 사육하고 판매하는 행위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야생동물 보호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 동물 보호소가 여유 공간이 있을 때 이들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질병 전파 위험으로 격리가 필요한 조류를 돌볼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다. 또한 조류는 특수 시설과 관리가 필요해 일반 가정으로의 입양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서구처럼 집을 찾아오는 능력을 지닌 비둘기에 대해서는, 두보이스 이사가 “이를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전문가는 극히 드물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 현상의 어두운 단면일 뿐”이라며 “행사 후 날려 보낸 비둘기 가운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개체가 집으로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구조시설로 들어오는 부상당한 비둘기의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크룩 씨 역시 이러한 변칙적인 유행이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이웃집 문 앞에 또 다른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안으로 들어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새는 염색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날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웃 주민은 다행히 고양이 이동장을 이용해 새를 포획한 뒤, 넓은 대지에서 새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인계했다.
하지만 크룩 씨의 뒷마당을 찾는 분홍색 새는 기동성이 너무 빨라 잡을 수가 없는 상태다.
메트로 밴쿠버와 프레이저 밸리 지역의 특별 행사에 ‘백비둘기’를 대여해 주는 현지 업체의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새 두 마리와 방사 상자, 랭리 지역 배송비를 포함한 가격은 850달러에 달했다. 새 20마리와 상자, 배송비는 3,850달러까지 치솟았다. 해당 사이트에는 방사된 비둘기들이 행사 후 집으로 돌아오도록 훈련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또 다른 업체 웹사이트에는 “새들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 새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구체적인 귀환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다. 출장 방사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밴쿠버 도브스’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사의 새들은 귀환 훈련을 받았으며 항상 집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새들이 날아갈 때보다 오히려 집 안에서 길을 잃을 확률이 더 높다”며 “새들은 곧장 집으로 날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새들이 ‘날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좁은 공간에 갇혀 날지 못하면 병들어 죽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가 오히려 새들에게 장거리 비행 기회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크룩 씨는 여전히 아침마다 분홍색 새와 오트밀을 나누어 먹고 있지만, 이 새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늘 걱정스럽다. 그녀는 “참 아름다운 생명체들인데, 왜 사람들은 비눗방울을 부는 것 같은 다른 대안을 찾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