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원주민·흑인 비중 확대
2023년 대비 2,715명으로 역대 최고
노숙 노인 중 40% 55세 이후 처음 노숙
밴쿠버에서 노숙인 인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여성과 원주민, 흑인 등 취약계층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밴쿠버 시의회에 제출될 예정인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 노숙인 구성에서 여성과 원주민, 흑인 인구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노숙 문제가 특정 집단에 더욱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3월 메트로 밴쿠버 전역에서 24시간 동안 실시된 노숙인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밴쿠버 지역 데이터를 별도로 심층 분석한 것이다. 해당 조사는 거리 및 임시 거처에 머무는 노숙인을 포함해 지역 내 주거 취약 인구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메트로 밴쿠버 전체 노숙인 가운데 절반 가량이 밴쿠버 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도심 지역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 구조도 확인됐다. 특히 주거비 상승과 생활비 부담, 정신건강 및 중독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노숙인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밴쿠버 시 문화·지역사회 서비스 총괄 관리자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밴쿠버의 노숙인 수는 2023년 대비 12% 증가한 2,71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메트로 밴쿠버 전체 노숙인 인구(5,232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로, 밴쿠버 시가 지역 전체 인구의 4분의 1만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비중이다.
조사 대상자 중 약 40%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비수용 노숙인 이었으며, 나머지 60%는 비상 대피소, 해독 센터, 과도기 주택, 병원 또는 경찰 시설 등에 수용된 상태였다. 노숙의 복합적인 원인으로는 강제 퇴거, 저소득, 약물 사용, 그리고 갈등이나 학대로부터의 도피 등이 꼽혔다.
특히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2023년 23%에서 2025년 28%로 증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수치조차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은 지인이나 가족의 집에 임시로 머무는 등 ‘숨겨진 노숙’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아 조사에서 누락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YWCA 메트로 밴쿠버의 리사 루퍼트 부회장은 “여성들은 노숙 위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남아 있으며, 이들을 위한 주택 수요는 공급을 훨씬 초과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거리보다 친척 집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고, 노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폭력적이거나 안전하지 않은 가정에 그대로 머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원주민과 흑인 인구의 비중 역시 시 전체 인구 대비 불균형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원주민: 응답자의 42%가 원주민으로 확인되었으며(2023년 39% 대비 상승), 이는 밴쿠버 전체 인구 중 원주민 비중이 2.5%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원주민 노숙인은 대피소(35%)보다 거리 생활(51%)을 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 흑인: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응답자는 9%로 2023년 7%에서 증가했다. 이들 역시 시 전체 인구의 1%만을 차지하는 소수 집단이다.
연령대별 분석을 보면,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성인이었으나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청소년기에 처음 노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38%는 정부의 위탁 보호(Foster care)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노숙 노인 중 40%는 55세 이후에 처음으로 노숙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숙자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이 연방 및 주정부에 있음을 명시하면서도, 시 차원의 보완적인 대책들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비상 대피소 운영, 지원 주택 공급, 아웃리치 활동, 해악 감소, 지역사회 기반 위기 대응 등이 포함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밴쿠버 시는 2017년 이후 사회적 및 지원 주택 4,900세대를 건설하기 위해 48개 부지를 제공했다. 이 중 2,800세대는 현재 운영 중이며, 2026년에는 추가로 12개 부지에서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시의회는 정신 건강 및 약물 남용 프로그램 확대를 위해 매년 80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