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을 사로잡는 선거 포스터……
도시와 정치 담은 ‘포크 아트’ 시선
‘원시티’ 아자로프 포스터 화제
‘작품’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
밴쿠버 지자체 선거에서 등장한 한 장의 포스터가 예술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원시티밴쿠버OneCity Vancouver 소속 시장 후보 윌리암 아자로프를 위해 제작된 선거 포스터가 기존 정치 홍보물의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캠페인 포스터는 기능적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며 예술적 가치가 크게 주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포스터는 도시의 상징적 풍경과 정당의 정체성을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며 ‘작품’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포스터는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의 민속 화가 마우지 루이스의 따뜻하고 소박한 화풍과, 토킹헤드의 앨범 리틀 크리에이츄어 커버로 잘 알려진 미국 민속 예술가 하워드 핀스터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포크 아트 감성을 담고 있다.
밝은 색채와 단순화된 형태, 그리고 지역 랜드마크를 아기자기하게 배치한 구성은 밴쿠버라는 도시의 일상성과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후보가 지향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한다는 평가다.
포스터의 내용은 매우 ‘밴쿠버답다’. 우드워즈의 상징인 ‘빅 W’, 켄 럼의 ‘이스트 밴 크로스’, 그리고 사이언스 월드 같은 지역 랜드마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그랜빌 아일랜드 마켓과 그 옆의 거대한 채색 사일로들, 키칠라노 쇼보트, 브리타니아 커뮤니티 센터, 그리고 ‘듀드 칠링 파크’ 표지판도 포함되었다. 배경에는 노스쇼어 산맥이 우뚝 솟아 있다.
건축물 또한 모퉁이 상점부터 밴쿠버 스페셜(주택 양식), 3층 저층 아파트, 고층 타워에 이르기까지 밴쿠버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담아냈다. 포스터 속에는 넓은 녹지와 나무들, 캐나다 기러기 한 쌍, 그리고 배구를 하거나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행복한 사람들, 토트 백에 요가 매트를 넣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이 활기차게 그려져 있다.
“유권자와 감성적으로 연결되는 시각적 스토리텔링”
이 포스터를 디자인한 아티스트 에이킨 라오는 “밴쿠버에 대한 나의 사랑을 매우 접근하기 쉽고 친근한 예술 스타일로 감싸 안는 것이 영감의 원천 이었다”며, “많은 정치 포스터가 비슷비슷한 모습을 띠지만, 우리는 여기에 약간의 재미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라오는 보라, 분홍, 초록이라는 원시티 정당의 공식 색상을 조화시키는 난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냈다. 포스터 속 아자로프 후보는 짙은 보라색 수트와 연보라색 셔츠, 연보라색 구두에 초록색 하의를 입고 있다. 아자로프 후보는 “실제로 보라색 구두를 한 켤레 가지고 있다. 푸르스름한 보라색 빛이 도는 플루보그 신발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시 전역의 전신주에 붙기 시작한 이 포스터에 대해 아자로프는 대만족을 표했다. 그는 “밴쿠버의 전경을 기발하고 창의적이며 약간은 추상적으로 표현한 이 일러스트 전체가 마음에 든다” 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전까지 라오를 직접 만난 적이 없으며, 라오는 사진을 토대로 그의 모습을 그렸다. 포스터 속 아자로프는 실제 나이인 56세보다 조금 더 젊고 호감 가는 인상으로 묘사되었다.
올해 30세인 라오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닌텐도 캐나다부터 에보, 페어먼트 호텔 앤 리조트 등 다양한 고객과 작업해 왔다. 2021년 인트라코프를 위해 제작한 디지털 크리스마스 카드는 이번 포스터와 매우 흡사한 화풍을 보여주는데, 개발사의 최신 프로젝트들을 소박한 화풍으로 그려내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실은 기차, 산타 옷을 입은 강아지 등을 담아낸 바 있다. 그녀는 UBC 학생 신문인 ‘어비시’ 시절 동료의 추천으로 이번 작업을 맡게 되었다.
아자로프 후보는 “사진보다는 일러스트가 훨씬 더 재미있고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며 “지역 예술가와 협력해 캠페인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라오는 ‘어비시’ 활동 당시 작품에 다양성을 담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으며, 이를 이번 포스터에도 반영했다. 그녀는 “모든 작품에서 유색인종, 다양한 인종과 종교 등 사람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 며 “초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다 담지 못했다. 건물도 마찬가지다. 저층, 중층, 고층 주거지와 타운홈 등 밴쿠버에 필요한 모든 다양한 주거 형태의 혼합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예술적 접근이 효과”
이 포스터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디지털 작업으로 제작되었다. 라오는 “벡터 아트 방식이라 화질 손상 없이 원하는 만큼 크게 확대하거나 작게 줄일 수 있다”며 “후보가 이 그림을 대형 빌보드나 건물 외벽에 붙이고 싶어 하더라도 화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레이어 구조로 되어 있어 자전거 타는 사람만 따로 떼어내 다른 배경에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 덧붙였다.
아자로프는 스트라스코나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포스터 속 거리 풍경 중 하나는 그곳과 닮아 있다. 하지만 이는 실재하는 거리가 아닌 상상 속의 거리다. 한 관찰자는 이 포스터가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 했던 1980년대의 밴쿠버’ 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아자로프 후보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이 포스터가 “현재의 밴쿠버, 그리고 앞으로 밴쿠버가 될 수 있는 미래를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