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정치권에서 드물게 의견이 모아지는 사안이 있다. 바로 임시 외국인 근로자 제도(Temporary Foreign Worker Program·TFWP)의 개편 필요성이다.
TFWP는 캐나다 내에서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없음을 고용주가 증명해야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농업· 식품가공· 건설· 서비스업 등 인력 부족 분야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비판의 배경
최근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는 청년 실업률 상승을 외국인 근로자 유입 탓으로 돌리며 제도 폐지론을 주장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농업과 서비스업이 마비될 것” 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올 여름 청년 실업률은 약 14.5% 수준을 맴돌았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 제도와 캐나다 청년층의 고용 난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연결 짓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지만, 제도 전반에는 여러 잠재적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지난 수년 동안 전문가들은 제도가 기업의 의존성을 높이고, 노동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캐나다에서는 23만8,157건의 임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가 승인되었다. 이는 전년도 수준과 거의 같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8년의 10만8,988건에 비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지난 가을 정부는 이 제도에 일부 제한을 도입하면서 발급 건을 줄여오고 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와 개혁 방안은 다음과 같다.
▲문제점 1: 임금 억제 및 혁신 둔화 우려
제도상 기업은 임시 외국인 근로자에게 캐나다 직원과 유사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특히 저임금 스트림 제도가 장기적으로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신기술 도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제도가 없으면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운 기업은 임금을 올리거나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제도가 존재함으로써 기업은 외국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건으로 고용할 수 있어 임금을 인상할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임금을 고정시키는 효과만 낼 뿐 아니라 기술 투자 여지를 줄일 수 있다”라고 오타와 카를턴 대학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워스윅은 말했다.
이에 대해 기업 및 산업 단체들은 제도가 폐지되면 업체 폐업, 일자리 축소, 소비자 물가 상승 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인구가 적고 노동 수급이 취약한 농촌 혹은 외진 지역에서 그 피해가 클 것으로 본다.
노바스코샤주 닐스 하버에서 활동하는 빅토리아 협동 수산업의 총괄 매니저 오스본 버크는 “우리 지역엔 고용할 현지 인력이 부족하다” 며, 수 년간 초임 임금을 계속 인상해왔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없는 인력을 고용할 수는 없다” 고 했다.
▲문제점 2: 고용주와 근로자 간 권력 불균형
임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허가증은 특정 고용주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근본적인 권력 불균형이 제도에 내재해 있다고 애써바스카 대학의 노사 관계 교수 제이슨 포스터는 지적한다.
최선의 경우 근로자는 직업을 잃거나 추방당할 위험을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공공연히 착취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운명은 이 나라에서 고용주가 쥐고 있다”고 알버타주 농촌 지역 이주민 지원단체 액션퍼헬스커뮤니티의 정착 지원 활동가 리사 제인 드가라는 말한다.
이주민들이 이주 브로커나 컨설턴트에게 수만 달러를 지불해 직업을 확보했다는 사례도 있으며, 일부는 고용주가 공식 급여보다 낮게 지급하고 나머지를 현금으로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사례도 전했다.
한편, 레스토랑 산업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캐나다의 CEO 켈리 히긴슨은 정부의 보호 장치가 남용된 근로자를 지원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업주들은 규칙을 준수한다고 반박했다. “혹시 규칙을 어기는 사업체가 있다면, 우리 산업 안에 설 자리는 없다” 고 반발했다.
일부 기업은 계절 산업의 외국인 근로자가 매년 반복적으로 돌아오는데, 이는 그들이 대체로 대우를 잘 받았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제기한다.
▲문제점 3: 잦은 정책 변화(요요 효과)
이전에도 임시 외국인 근로자 제도에 대한 반발은 여러 차례 있었고, 고용 부진 등 사회적 압력에 밀려 제도 제한이 도입되었다. 워털루 대학교의 경제학자 미칼 스쿠테루드는 2008년과 2014년을 예로 들며 이 점을 지적한다.
예컨대 2014년에는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의 수를 사업장별로 제한하고,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제도 적용을 제한하는 규제가 도입된 바 있다.
팬데믹 이후 이러한 규제는 완화되었고, 2024년 가을 일부 제한이 다시 도입되었다.
“한 번은 문을 열고, 또 너무 풀었다 싶으면 문을 닫곤 한다. 실업률이 변할 때마다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제도 대신에 영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개혁이 필요하다.”
노사 관계 전문가 포스터 또한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문을 열었다가, ‘아 너무 많이 했다’ 싶으면 다시 닫고… 그러면서 정작 장기적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라고 비난했다. 그는 제도에 대해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개혁을 위한 3가지 제안
▲해결책 1: 단계적 축소
스쿠테루드 학자는 이 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 방안으로는 수수료 체계의 개편을 들었다. 현재도 기업이 임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지역 고용률이나 직종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하고, 매년 제도에 의존하는 기업의 비용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저 숙련 스트림을 3~5년 내에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 기간 동안 기업들이 조정하고 기술 투자할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다만 제도는 여전히 기술직, 고등교육 분야 등 인력이 긴급히 필요한 분야에서는 소규모로 유지할 수 있으며, 이후 영주권 전환 경로를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버크 매니저는 제도 폐지가 지역의 노동력 부족으로 어업 및 계절 산업이 문을 닫고 실업이 폭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쿠테루드 학자는 제도가 완전히 폐지되면 일부 사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는 이를 건강한 경쟁 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워스윅 학자 역시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믿으며, 정부가 영주권 이민 절차를 가속화하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해결책 2: 정부 개입 강화 및 감독
포스터 노사 전문가는 연방정부가 어떤 기업이 제도를 쓸 자격이 있는지 선별하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드가라 지원담당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전국 채용 공고를 한꺼번에 제출하게 하고, 개별 가맹점이 별도로 신청하는 방식은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약 특정 브랜드가 지나치게 많은 채용 신청을 한다면, 그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하게 함으로써 감시 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해결책 3: 근로자 권리 강화 및 공정한 조건 조성
포스터 노사전문가는 임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오픈 워크 퍼밋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그들은 직장을 바꿀 수 있는 자유를 가지게 되고, 고용주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워스윅 학자도 이 방안을 지지하며, 제도를 완전히 폐지할 수 없다면 오픈 퍼밋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이 제도를 쓸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오픈 퍼밋을 주는 것이 더 낫다. 다만 그렇게 하면 기업들이 제도에 대한 관심이 훨씬 줄어들 것” 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터 전문가는 또한 제도를 처음 사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제도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 — 캐나다에 기반을 마련하려는 의도 — 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제도는 더 많은 영주권 전환 경로를 열어줘야 하며, 그 경로와 자격 요건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버크 매니저는 영주권 전환 경로를 확장하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계절 업종을 넘어 연중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쿠테루드 학자는 국가의 이민 시스템은 고 숙련 인력 위주로 좁혀져야 한다고 본다. 버크 매니저와 히긴슨 CEO 등 사업주 대표들은 제도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제도가 완전히 사라지길 원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