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에 돌아온 이름 / 임현숙

2026-05-20 13:00:09

누군가의 이름으로 불리며
나는 오래 걸어왔네

기대와 순종을 둘러메고
딸의 길을 지나

한 송이 꽃으로
낯선 성씨 아래 뿌리를 묻고

소화제를 벗 삼아
며느리의 시간을 건넜지

하루를 잘게 부수어
아이의 신발을 신겨
끌고 밀었다

돌아보니
나는
꽃이 아니라
꽃을 피우는 흙이었네

이제
익어가는 꽃그늘 아래에서

꽃씨에
햇살처럼 다정히
손을 흔들면 되는 길

비로소
잃었던
내 이름이 돌아와
입술에 붙는다.

-림(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