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9일 TuesdayContact Us

“월드컵 마케팅 잘못했다간 고소”… FIFA 강력한 상표권 규제

2026-05-19 12:29:06

밴쿠버와 토론토가 월드컵 열기로 고조되는 가운데, 축구 특수를 노리는 지역 업체들이 FIFA의 엄격한 저작권 규정을 피해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6월 개막 앞두고 외식업계  비상

공식 후원사 제휴 등 우회 전략 모색

 

2026 FIFA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개최 도시인 토론토와 밴쿠버의 외식업계가 대규모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주들은 마케팅 과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엄격한 상표권 규제를 의식하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수 만 명의 축구 팬과 관광객이 월드컵 기간 동안 캐나다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바와 레스토랑들은 대형 스크린 설치와 특별 메뉴, 응원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FIFA의 지식재산권(IP) 보호 정책이 매우 강력해, 자칫 잘못하면 법적 경고나 영업 중단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IFA는 ‘월드컵(World Cup)’, ‘FIFA World Cup 2026’, 공식 로고와 엠블럼, 마스코트 등 대회 관련 브랜드 요소에 대해 엄격한 사용 제한을 두고 있다. 특히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가 월드컵과 직접 연관된 것처럼 광고하거나 홍보할 경우 ‘앰부시 마케팅(매복 마케팅)’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들은 “축구 축제”, “세계 최대 축구 경기”, “국제 축구 시즌” 등 직접적인 표현을 피한 우회 마케팅 전략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업소들은 공식 후원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FIFA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토론토시가 FIFA와 체결한 개최 도시 관련 문서에는 경기장 주변과 주요 행사 구역 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광고와 상업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클린 존’으로 불리는 구역에서는 특정 브랜드 노출이나 판촉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지역 경제에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소상공인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FIFA의 브랜드 규정을 파악하기 위해 공개된 지식재산권 가이드라인과 토론토시가 체결한 개최 도시 부속 문서를 분석했다.

월드컵’ 단어 사용 전면 금지

FIF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파트너사가 아닐 경우 마케팅 문구에 “FIFA”나 “월드컵(World Cup)”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공식 월드컵 트로피 이미지 등 상표권이 등록된 시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반 자영업자에게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서 파트너사 보호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스포츠 마케팅 체리 브래디시 교수는 “FIFA는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매우 엄격하게 움직인다” 며 “그 이유는 브랜드와 월드컵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한 공식 파트너사들의 권리를 이론적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FIFA의 공식 파트너사로는 코카콜라, 홈디포, 아디다스 등이 있다.

대신 FIFA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반 기업이나 대중이 대회를 축하하고 싶다면 특정 브랜드가 연상되지 않는 ‘일반적인 축구 및 국가 관련 이미지’와 용어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경기장 주변 ‘클린 존’ 설정

토론토는 브랜드 규정 때문에 한시적으로 명칭이 변경된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총 6개의 월드컵 경기를 치른다. 첫 경기는 6월 12일 열리는 캐나다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매치이다. 경기가 열리는 당일과 그 전후로는 더욱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FIFA 웹사이트에 따르면, 개최 도시는 경기장과 ‘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 주변에 미인가 업체의 상업적 활동을 제한하는 ‘클린 존’을 의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FIFA나 공식 파트너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의 모든 홍보 활동이 전면 금지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기장으로 관람객을 인솔하는 투어 가이드는 회사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거나 회사 이름이 적힌 나무 표지판을 경기장 내에서 눈에 띄게 들고 다닐 수 없다. 또한 맥도날드가 FIFA의 공식 후원사이기 때문에, 경쟁사인 버거킹은 클린 존 내부에서 광고를 진행할 수 없다.

토론토시의 부속 문서에 따르면, 토론토 스타디움 주변에는 반경 2km의 클린 존이 설정되며, 팬 페스티벌 행사장 주변은 100m로 제한된다. 샤론 볼렌바흐 토론토시 월드컵 총괄 국장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시 차원에서 교육적 홍보와 조례 단속을 병행하여 FIFA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라며 “지역 업체들이 규정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익시비션 플레이스, 리버티 빌리지, 그리고 포트 요크와 더 벤투웨이에 위치한 팬 페스티벌 반경 100m 이내 구역의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의 기발한 우회 전략

이처럼 촘촘한 저작권 규정 속에서 토론토의 일부 점포들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유명 다이브 바인 ‘스니키 디스’의 매니저 조지 디아만투로스는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손님들에게 경기 중계 사실을 알리는 방법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이 경기를 보러 우리 가게에 오게 만들고 싶지만, 홍보 시 단어 선택에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라며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실상 모든 권리를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거대 기업들 사이에서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큰 이득을 보겠다고 이렇게까지 옥죄는지 모르겠다” 라고 씁쓸해 했다.

다만 이 업소는 지난해 로저스 측과 블루제이스 로고 사용 문제로 갈등을 겪은 바 있어, 이번 규제에 상대적으로 덤덤하게 대처하고 있다. 디아만투로스 매니저는 “지난해 월드 시리즈 기간 동안 겪었던 상표권 분쟁 경험이 이번 월드컵 마케팅을 준비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다”라며 “홍보 콘텐츠에 ‘FIFA’나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고도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경기를 틀어줄 것인지 손님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페 디플로마티코’의 공동 소유주 로코 마스트란젤로 주니어는 정공법을 택했다. 레스토랑에 식자재와 음료를 공급하는 코카콜라나 라바트 브루잉 등 FIFA의 공식 스폰서들과 직접 제휴를 맺은 것이다.

그는 “공식 스폰서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그들의 로고와 연계하여 월드컵 브랜딩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소규모 독립 자영업자들에게는 다소 버거운 규제인 것이 사실이지만, 월드컵은 세계적인 메가 이벤트이고 수억 달러를 투자한 스폰서들의 권리도 보호받아야 하므로 규칙을 따르는 것이 맞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