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WednesdayContact Us

트럼프가 다시 꺼낸 ‘키스톤 XL’…석유보다 정치가 먼저?

2026-08-19 17:01:05

미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 3일 유예를 발표하면서 무역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 차례 좌초된 캐나다-미국 송유관 부활론

업계 “경제성보다 정치적 상징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 좌초된 키스톤 XL(Keystone XL) 송유관 프로젝트의 부활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들면서 캐나다-미국 무역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새로운 무역 협정이 성사될 경우 전임 미국 대통령들에 의해 중단됐던 키스톤 XL 사업이 “무덤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며 프로젝트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키스톤 XL은 캐나다 서부의 원유를 미국 정유시설로 운송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환경 문제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장기간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대표적인 갈등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직 임원과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키스톤 XL 부활론이 실제 원유 공급 필요성이나 사업의 경제성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상징성이 더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초 고율 관세 발효를 불과 2시간여 앞둔 18일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와의 “합의” 및 신규 관세의 3일간 유예를 발표했다. 그는 트루스 소셜 게시글에서 “조 바이든에 의해 폐기되었던 위대한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이 무덤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마크 카니 총리는 트럼프의 글에 대한 답신 성명에서 이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트랜스캐나다(현 TC 에너지)의 기업개발 담당 수석부사장이었던 데니스 맥코나히는 “트럼프가 이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는 사실 자체가 카니 총리가 향후 72시간 동안 진행할 타협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래, 자동차 부품과 목재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이르기까지 캐나다의 핵심 산업을 잇달아 겨냥해 왔다. 그동안 원유, 칼륨, 핵심 광물 등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었음에도 그는 미국이 캐나다로 부터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맥코나히는 “캐나다산 제품이 필요 없다던 인물이 키스톤 XL을 언급한 것은 나름대로 반가운 신호” 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캘거리 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의 카를로 데이드 국제정책 이사는 이 논란의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데는 과거와 동일한 정치적· 환경적 난관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드는 “키스톤 재개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라며 “향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임기 내 완공이 가능할지 의문이며, 트럼프는 단지 이를 바이든과 민주당 등 전임 행정부 정책에 대한 거부 의사로 활용하는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미국 경제관계 자문위원회의 발레리 보두앵 위원 역시 키스톤 XL 승인은 트럼프보다 카니 총리에게 훨씬 쉬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보두앵 위원은 “미국 정치권 입장에서 이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재개를 선언하더라도 2028년 차기 대통령으로 민주당원이 당선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투자에 나서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코모디티 컨텍스트의 설립자 로리 존스턴도 이메일을 통해 “이 발언은 명백히 바이든에 대한 반격용”이라며 “이미 다른 대체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상황에서 키스톤 XL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시장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재관심과 ‘프레리 커넥터’ 프로젝트

현재 캐나다 원유 수출량의 약 85~90%는 미국으로 직접 향한다. 이 비중은 2024년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이 확장되어 서해안 터미널을 통해 아시아 등 비(非)미국 시장으로 수출이 시작되면서 소폭 감소한 수치이다.

캘거리에 본사를 둔 사우스 보가 소유 및 운영하는 4,327km 길이의 키스톤 파이프라인 시스템은 캐나다 및 미국의 원유를 일리노이, 오클라호마, 텍사스의 미국 정유 시장으로 공급하고 있다.

2008년 당시 소유주였던 트랜스캐나다와 코노코필립스는 네트워크 대폭 확장을 위한 ‘키스톤 XL’을 제안했으나, 정치적·법적·환경적 반대와 오바마 및 바이든 행정부의 승인 취소로 결국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취소령을 철회하고 미국 내 일부 구간의 재개 승인을 내렸으며, 이후 이 사업의 유용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찬양해 왔다. 카니 총리 역시 지난해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키스톤 XL 추진에 대한 재관심을 표명한 바 있으며, 캐나다 정부 차원의 인허가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이다.

사우스 보는 2024년 TC 에너지가 천연가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석유 파이프라인 부문을 분사하면서 설립된 회사이다. 현재 와이오밍주의 브리저 파이프라인과 협력하여, 취소된 키스톤 XL의 캐나다 측 기존 건설 구간을 활용하는 ‘프레리 커넥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될 경우 캐나다의 대미 원유 수출량은 12% 이상 증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