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 가이블랙 new

6.25 / 가이블랙 new

준비는 모두 끝났지만, 나는 선뜻 발을 떼지 못한 채 망설이며 서 있었다. ‘오늘은 과연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까.’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내내 그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햇볕에 바랜 길이 시골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동안,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를 맞아 주었다. 작은 오래된 마을들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고, 북적이는 도시에는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 오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신이 나 집으로 향하는...
내리막길 / 김계옥 new

내리막길 / 김계옥 new

서쪽 내리막길조심조심 걷는다 긴 실타래처럼구불구불 펼쳐있다 전설로 흐르는붉은 여우나 멧돼지, 흑곰의 고향이었을 이 길 나를 따라오는 개 뭔가 아는 듯 킁킁거린다 저 멀리올려다본 우듬지내려다본 강물의 윤슬무던히 네가 지나온 길 걸어가야 했던 길다 알고있다고 끄덕인다 길 위에 난 어떤 발자국을무슨 체취를 남겼을까 라일락같은 순한 향기로 남을 넘어뜨리지 않는 발자국 이었기를 바래본다 잠시 뒤돌아본다 노파의 마른 손등처럼땅에 솟은 나무의 혈맥들 그 길을 걷고 버텨내느라두 손 꽉 쥐고...
제24회 한인문화축제, ‘조선에서의 하루’로 초대

제24회 한인문화축제, ‘조선에서의 하루’로 초대

7월 18일 버나비 스완가드 스타디움 …딘딘 특별공연 BC주 최대 규모의 한국 문화축제인 ‘제24회 한인문화축제(Korean Cultural Heritage Festival)’가 오는 7월 18일(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버나비 스완가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A Day in Joseon(조선에서의 하루)’를 주제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 K-컬처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테이블 위를 다니는, 유리잔 / 윤문영

테이블 위를 다니는, 유리잔 / 윤문영

다 마시고 난 유리잔의 상태는 빈 잔이어서 우두커니 서있고앉아 있거나 서있거나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오직 이 방 안에 때때로 향기로 날리고남아 있는 테이블 사이 공허가 흐른다 그리움이 퍼지는 살짝 지나간 소리순간 지나간 소리 우리 안에 갇혀진 소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꺼억 우는 마차 위의 소 울음처럼 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매 순간이 영원을 배반할 것처럼 빨리 지나가매어 두고 싶은 순간이 빨리 지나가 말이 더듬어지고 말이 말을 하고말이 허공에서 올라 갔다 내려오기 만을 몇...
내 마음의 뜨락 / 반현향

내 마음의 뜨락 / 반현향

마음의 현이 바다를 향한다   토닥이는 별들의 노래는 끝없는 외로움을 나누는 친구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첼로의 G선은 삼켜온 눈물을 흘려보낼 사랑의 강물   생채기를 안고 인생의 현을 켜는 갈망이 초저녁 바람에 가라앉는다   빛이 스며든 음지에 작은 풀벌레의 노래는 행복으로 가는 단서였다   내 마음의 뜨락에 비바람을 맞으며 침묵과 긍정의 뿌리를 내리고 사는 들풀이 있다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리는 생명이 산다...
사유의 정원 산책 순서도

사유의 정원 산책 순서도

도서출판 북위 49가 펴낸 예주 민완기 산문집『사유의 정원을 거닐다』 의 출판 기념회를 진행하였다. 글은 혼자 쓰는 것 같지만,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있기에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이날 모인 모두가 ‘공저자’라는 민예주 작가의 생각에 따라,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화두를 던지며 ‘사유의 정원’을 함께 산책하고자 했다. 나는 출판 기획자로 독자들 앞에 민예주 작가와 함께 섰다.  “그대, 정주(定住)에 성공하였는가?”는 첫 번째 화두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