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 ThursdayContact Us

당뇨·고혈압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

2025-12-11 13:55:17

당뇨와 고혈압은 흔히 함께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혈관벽이 손상되고, 손상된 혈관은 다시 혈압을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반대로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경직되고 인슐린이 혈액 속에서 제대로 작용하기 어려워지며, 결국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두 질환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약물만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은 충분하지 않다. 식습관을 바꾸고 생활 전반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을 줄이고 섬유질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인의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흰쌀밥, 국수, 떡, 빵 등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지 못한다. 반면 현미, 귀리, 보리, 통밀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은 혈당 상승이 느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된다. 만약 하루 세 끼 밥을 먹는다면 각 끼니의 양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대신 채소와 단백질을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또 한 가지 핵심은 나트륨(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고혈압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소금 사용인데, 국물 음식과 젓갈·장아찌가 많은 한국 식문화에서는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국이나 찌개는 가능하면 건더기만 먹고, 집에서 조리할 때는 소금을 절반으로 줄여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다. 외식 시에는 국물은 남기고, 양념이 강한 음식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나트륨을 줄이면 혈압이 내려갈 뿐 아니라 신장 기능에도 부담이 줄어들어 당뇨병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당뇨와 고혈압 환자에게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데, 근육이 줄어들면 혈당을 흡수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근육이 적을수록 혈당은 더 쉽게 올라간다. 하지만 단백질이라고 해서 아무 음식이나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소시지·햄·베이컨처럼 가공육은 염분이 많고 포화지방도 높아 고혈압과 당뇨 모두에 좋지 않다. 대신 생선, 두부, 콩류, 달걀, 닭가슴살 등을 중심으로 한 ‘깨끗한 단백질’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은 혈관 염증을 줄이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과일은 건강식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당뇨 환자에게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일은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지만 동시에 과당도 많다. 바나나, 감, 포도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 적당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과·배·베리류처럼 당지수(GI)가 낮은 과일을 하루 한 번, 소량(100g 안팎)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과일 주스는 당이 빠르게 흡수되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고혈압 환자들이 실천해야 할 영양 비율은 보통 탄수화물 40~45%, 단백질 25~30%, 지방 25~30% 정도로 권장된다. 지방은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만, 올리브유나 아보카도, 견과류처럼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은 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단,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법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 순서다. 많은 연구에서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먹을 경우 혈당 상승을 30~4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가 먼저 장에 들어가면 탄수화물 흡수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식후 10~15분 정도 가볍게 걷는 습관을 들이면 혈당 조절은 훨씬 쉬워진다.
당뇨와 고혈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몸속 혈관과 장기를 지치게 만드는 질환이다. 그러나 식사와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꿔 나가면 약물의 양을 줄이거나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혈관 건강은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 만큼, 회복 역시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밥상 위의 선택이 몸을 살리고, 건강한 노후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