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 관점에서 본 발생 요인과 대처방안
여성은 일생 동안 여러 차례의 중요한 생리적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도 갱년기는 신체와 정신 전반에 걸쳐 변화가 집중되는 시기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45세 전후부터 시작되어 폐경을 전후한 수년간 지속되며, 안면홍조, 발한, 불면, 우울감, 가슴 두근거림, 관절통, 기억력 저하 등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서양의학에서는 주로 여성호르몬 감소로 설명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전신의 균형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한의학에서 여성의 생리와 노화는 ‘신(腎)’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여성이 7년을 주기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고 설명하는데, 갱년기는 신정(腎精)이 점차 줄어드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신정은 생식 기능뿐 아니라 뼈, 뇌, 호르몬 기능, 노화 전반을 관장하므로, 이 에너지가 약해지면 몸의 음양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임상에서 가장 흔한 병리 유형은 **신음허(腎陰虛)**이다. 신음이 부족해지면 몸을 식혀주는 기능이 약해져 상대적으로 열이 위로 뜨게 되고, 그 결과 안면홍조, 야간발한, 구건, 불면, 초조감이 나타난다. 여기에 심장과 간의 기능이 함께 영향을 받으면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 한편 노화와 과로가 겹치면 신양허(腎陽虛) 증상이 동반되어 쉽게 피로하고 손발이 차며 요통과 무기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간기울결(肝氣鬱結)**이다. 중년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변화, 자녀 문제, 노후에 대한 불안 등으로 정서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쉬운 시기다. 이러한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간의 소설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우울감, 짜증,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의 증상이 갱년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여기에 비위 기능까지 약해지면 소화불량과 체중 변화가 함께 나타나 전신 컨디션이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갱년기 장애는 단순한 호르몬 문제라기보다 신·간·비 기능의 복합적인 불균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한의학적 관점이다. 따라서 치료 역시 특정 증상만을 억제하기보다는, 개인의 체질과 증상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신의 조화를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의학적 치료의 기본 원칙은 **보신(補腎)과 조화(調和)**이다. 신음허가 주된 경우에는 지백지황환이나 육미지황환 계열 처방을 활용해 음을 보하고 허열을 다스리며, 간기울결이 두드러질 때는 가미소요산 등을 응용해 정서적 긴장을 완화한다. 침 치료는 자율신경의 균형을 도와 안면홍조와 불면, 불안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고, 뜸 치료는 하복부와 요부를 따뜻하게 해 신기(腎氣)를 보강하는 데 효과적이다.
생활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과로와 수면 부족은 신정을 빠르게 소모시키므로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카페인과 음주는 체내 열을 조장하므로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콩류, 검은깨, 견과류, 제철 채소처럼 신과 혈을 보하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무리하지 않는 걷기나 스트레칭을 통해 기혈 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갱년기는 병이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운 전환기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노년 건강이 크게 달라진다. 한의학은 갱년기를 억지로 견뎌야 할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기회로 본다.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체질에 맞는 한의학적 관리로 준비한다면, 갱년기는 보다 건강한 후반 인생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하며,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글 미소드림한의원 원장 노종래 (RTC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