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3일 ThursdayContact Us

빨래는 돌아가는데, 빨래방은 사라진다

2026-09-03 11:58:30

'이스트밴 런드리'의 응고 씨는 “요즘 빨래방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과거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사업 감각도 훨씬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치솟는 임대료에 밴쿠버 코인 런더리 10년 새 절반… 살아남은 가게들의 ‘생존법’

최근  마고 카이저 씨는 세탁과 건조, 정돈까지 마친 옷가지를 찾기 위해 메인 스트리트와 킹 에드워드 애비뉴 인근의 소형 상가에 위치한 ‘카나디안 코인 론드리’를 방문했다. 카이저 씨는 오크 스트리트와 웨스트 15번가 교차로에 위치한 ‘오크스빌 론드리’를 수년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해당 매장은 임대차 계약 만료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을 고객들에게 고지했다. 늘 손님들로 붐비던 정든 빨래방의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에 카이저 씨를 비롯한 수많은 단골손님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보다 저렴한 대체 세탁 시설을 찾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처럼 밴쿠버 시내에서 서민들의 생활 밀착형 공간이었던 코인 런더리(빨래방)이 차츰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현상은 통계 수치로도 명확히 확인된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SFU) 도시 프로그램 이사인 엔디 얀의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동전이나 카드로 작동하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갖춘 밴쿠버 시내 셀프서비스 세탁업소 수는 2016년 45곳에서 2026년 현재 27곳으로 10년 만에 현저히 감소했다.

이 같은 코인 빨래방의 퇴출은 상업용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과 기존 업주들의 은퇴가 맞물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체 세탁 시설이 없거나, 시설이 있더라도 관리 상태가 불량하고 대수가 부족한 노후 렌트 아파트나 세미 지하 유닛에 거주하는 서민층 및 세입자들에게 직접적이고 큰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장기간 업소를 운영해 온 업주들과 신규 창업자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바쁜 직장인이나 시간 제약이 큰 가정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흡수하기 위해, 단순히 장비만 대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탁·건조·접기 대행 서비스, 픽업 및 배달, 드라이클리닝 등 추가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업주들은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해 치솟는 운영비를 감당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엔디 얀 이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밴쿠버의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저렴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그랜드뷰-우드랜드 지역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셀프서비스 세탁업소 수가 8곳에서 단 2곳으로 줄어들었다. 웨스트엔드 지역 역시 3곳에서 1곳으로 줄었으며, 페어뷰 지역은 기존에 있던 3곳이 모두 폐업하여 세탁 옵션이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켄싱턴-시더 코티지가 5곳으로 가장 많은 업소를 유지하고 있고, 헤이스팅스-선라이즈와 렌프루-콜링우드가 각각 4곳씩 운영 중이다.

‘이스트밴 론드리’의 소유주인 모린 응고 씨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업주들의 좋은 사례다. 응고 씨가 3년 전 이 매장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이곳은 영업시간조차 불규칙한 오래된 옛날 방식의 코인 빨래방이었다. 그는 매장을 전면 개 보수하여 최신 장비로 교체했고, 귀여운 강아지 사진과 바이럴 동영상을 활용해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전개하는 한편, 주거용 세탁, 상업용 세탁, 드라이클리닝까지 서비스 영역을 대폭 넓혔다.

현재 해당 매장에서 직접 세탁을 하는 고객에게는 용량이 큰 2인용 세탁기 사용료로 4.50달러, 45분 건조기 사용료로 4.50달러가 부과된다. 반면 세탁물을 맡기고 나중에 찾아가는 세탁·건조·접기 대행 서비스를 선택할 경우 파운드당 2.10달러를 받는다. 매장 직원들은 세탁기와 건조기 사이의 공간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며, 순번을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편안한 흰색 의자와 싱그러운 식물들을 배치하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응고 씨는 “사람들이 사업에 대해 처음 하는 말은 항상 ‘코인 빨래방은 정말 운영하기 좋은 사업이죠? 그냥 문 열어두고 집에 가서 잠만 자면 돈이 들어오잖아요’라는 식”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임대료와 재산세가 저렴하고 스트라타 비용 부담이 적은 미국 테네시 같은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밴쿠버에서 실제 수익을 내고 업계 평균으로 알려진 20~30%의 순이익을 달성하려면 과거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정교한 비즈니스 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젊은 기업가인 스테판 리조타나시스와 존슨 유 대표 역시 코인 빨래방 시장의 지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들이 창업한 ‘론드리 브라더스’는 전용 앱을 통해 메트로 밴쿠버 전역에서 들어오는 세탁 주문을 수거하기 위해 4대의 전기 밴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앱으로 신청하면 24시간 이내에 일상복 한 가방 분량(약 4~5회 세탁 분량)을 수거해 세탁, 건조, 접기까지 마친 후 다시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85달러의 고정 요금을 받는다. 이들은 밴쿠버 시내에 비싼 매장을 차리는 대신 맵리치에 위치한 기존 코인 빨래방을 인수· 개보수하여 세탁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리조타나시스 대표는 “일부 고객들은 세탁에 대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당사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매우 만족해 하며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