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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와 평화

2019-08-15 00:00:00

몇 년간 매주 몇 번씩 찾아 와 똑같은 물건을 사는 단골 손님이 있다. 너무도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상해 은근히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분이다. 대신 그간 거의 한 두 마디 밖에 대화를 나눈 기억이 없을 정도여서 차분한 성격 때문이겠거니 했다. 잔돈까지 미리 맞추어 준비를 해 오기 때문에 대화거리를 만들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에는 전에 없이 살짝 땀이 얼굴에 밴 채로 왔길래 돌아서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운동을 했냐고 물으니, 한 바퀴 돌면 2킬로 정도가 되는 우리 상가를 돌며 걷기 운동을 했단다. 그래서 얼른 땀 안 흘리고 맑은 공기 속을 걸을 수 있는 “Wood end” 숲을 권했다. 차로 10분 밖에 안 걸리는 곳이니 부부가 그곳에 가서 여유 있게 산책만해도 운동에, 숲의 환경에 멘탈이 정화된다고….
은퇴하고 시간여유도 있는 분이라 당연히 “Thank you!” 할 줄 알았다. 다른 손님들이 나가기를 기다리더니 조용히 정말 고맙지만
자기의 고국을 알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가 캐나다라고 안전하게 산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도처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곳처럼 대중이 붐비는 곳이 아니면 위험해서 한적하고 좋은 곳을 갈 수 가 없다며, 고맙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순간 온몸에 공포의 전율을 느꼈다.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당해 사망한다는 국제기구의 자료를 보고 설마 했던 것이 허수가 아니고,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라는 것에 온 신경이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도 사상과 종교,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테러와 살인을 서슴치않는 집단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국제기구에 신고되는 것만 기독교만도 10만명, 타 집단의 10만명 이상이 해마다 억울하게 죽어 간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공안과 군인들에게 잡혀 가 공포에 떨었던 내게는 그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다른 손님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그는 맥이 빠진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산과 자유 두 진영으로 분단되어 총칼을 맞들고 있으면서도 평화란 명분으로 안보를 소홀히 하는 조국이 있다. 근래에 목선이, 항공기가, 잠수함이 우리의 영공과 영해를 마구 넘나들어도 우리의 군과 정보기관은 손을 놓고 있다니 걱정에 또 걱정이다.
정보에 의하면 예년의 몇 배가 되는 수많은 외국 정보원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 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반도체 원료의 공급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도 한국을 통해 제3 세계 테러집단으로 빠져 나가는 안보의 누수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불매 운동을 하는 얼빠진 사람들에게 안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싶다. 또 다시 나라가 망하고 일본군이 연합군의 이름으로 한국의 안전을 관리하러 들어와 등 뒤에 칼을 들고 지키고 서야만 정신을 차릴 지 모르겠다. 이미 한국은 아시아 4룡에서 밀려나 키르키스탄과 어깨를 견준다는 보고인데 G-3 일본에게 맞장을 뜨자는 허세의 의미를 모르겠다.
이토록 친일과 반일의 진정한 의미도 모르면서 국제 안보체재를 강화하자고 하는데, 반일을 고집하다가 경제가 망하면 또다시 일본에게 나라를 내주는 가장 친일행위에 앞서는 꼴이 된다는 걸 왜 모를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들과 어느 나라인지도 모르는 곳에 자유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바친 유엔 참전국 어린 병사들의 희생을 생각했으면 싶다. 좌파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묘지를 참배한 후 한미공조를 강화해 좌파들로 부터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 역사란 것도…
나라가 없는데 누릴 수 있는 평화가 있을까? 딸들이 캐나다 풍요로운 삶에도 투정을 부리는 일이 있으면, 쿠르드족 또래들을 상기하라고 한다. 오늘 아침 처연히 손을 들어 인사가고 사라져 간 유대인 손님보다도, 나라조차 없어 낮에는 일하며 밤에는 총들고 목숨을 부지하고 여성으로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쿠르드족들인 지를 잘 아는 그들에겐 재갈이라고 입을 다문다.
안보는 곧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숨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