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대신 갚는다?…자녀 모기지 보증 ‘빨간불’
첫 주택 구매자 부모 공동서명 20년 새 4%→11%
전문가 “자녀 연체 땐 부모도 전액 상환 책임”
캐나다중앙은행 분석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가운데 부모가 공동 서명한 비율은 2004년 약 4%에서 2025년 약 11%로 거의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토론토와 밴쿠버 등 집 값과 주거비 부담이 높은 대도시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부모의 소득을 합산하면 자녀가 혼자서는 받을 수 없는 규모의 대출을 승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공동 서명이 연령이 낮고 소득이나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첫 주택 구매자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동 서명이 단순한 ‘보증인’ 역할이 아니라 대출금 전액에 대해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는 공동 채무자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부모가 대신 상환해야 할 수 있으며, 부모의 신용등급 저하와 추가 대출 제한, 은퇴 자금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CMI 파이낸셜의 케빈 페티그 사장은 “자녀에게 주택 구입 자금을 현금으로 증여하는 부모들도 많지만, 모두가 현금 자산가인 것은 아니다” 라며 “공동 서명은 현금 여력이 부족한 대다수 부모가 자녀의 내 집 마련을 도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법적 책임과 신용도 손상
모기지 비교 플랫폼 Ratehub.ca의 모기지 전문가 페넬로페 그래함은 공동 서명의 가장 큰 장점이 “단독으로는 소득이나 신용점수가 부족해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금융권 승인을 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사자 모두가 법적· 재정적 위험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기지에 공동 서명한다는 것은 등기(소유권)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대출금 상환에 대한 완전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큰 위험은 자녀가 모기지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부모가 그 대금을 전적으로 갚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부모의 보증을 받은 자녀 역시 유의할 점이 있다. 공동 서명한 부모는 해당 주택에 대해 법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추후 집을 매각하거나 재융자(리파이낸싱), 리모델링을 할 때 부모의 동의와 관여를 받아야 한다.
금융 전문 매체 너드월렛 모기지 전문가 클레이 자비스는 부모가 자녀보다 재정적으로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5세에 모기지 상환에 실패하는 것은 살면서 만회할 수 있지만, 50대에 은퇴를 앞두고 고정 수입 없이 두 개의 모기지를 떠안는 것은 노후를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시장 왜곡과 자립도 저하의 단면”
실제로 모기지 연체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RBC, TD, CIBC, 스코샤, BMO, 내셔널뱅크 등 캐나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고객의 대출 부실에 대비해 손실 충당금을 수억 달러 규모로 증액했다고 일제히 밝혔다. 신용평가사 에퀴팩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의 총 모기지 부채는 2조 달러에 육박했다.
페티그 사장은 “대출금이 연체될 경우 자녀와 부모 모두의 신용점수가 폭락한다”며 “더 심각한 것은 금융기관이 공동 서명자에게 모기지 원리금 뿐만 아니라 재산세와 주택 보험료까지 대신 납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에게 공동서명은 집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공동 서명한 모기지 건 중 74%는 부모의 서명이 없었다면 대출 자격조차 얻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 서명은 자녀의 주택 구매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2022년 기준, 부모가 공동 서명해 준 성인 자녀는 단독으로는 평균 45만 8,000달러짜리 주택만 감당할 수 있었으나, 부모가 동참함으로써 평균 78만 7,000달러 상당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구매력이 무려 72% 증가한 셈이다.
페티그 사장은 부모의 모기지 공동 서명 증가 현상에 대해 “내 집 마련이 젊은층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진 현실을 잘 보여준다”며 “주택시장의 가중되는 주거비 부담과 청년세대의 재정적 자립도가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신호” 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