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차로 십 분 거리
뾰족한 지붕의 도서관이 하나 있다
지붕만큼 날카로룬 기운이
벽면 걸개 못 몇 개에 숨겨져
책 선반 오뚝한 버팀새가 이를 증언하고 있다
깊은 대못을 찔러 넣은 통증이
어찌 이쯤에서 머물까
삐쭉빼쭉 진열된 역사책 모서리로
칼과 창의 전쟁 신화가 1편부터 10편까지
시리즈로 사람 접근을 막고 있으니
뾰족한 지붕이 왜 저리 뾰족한지
뾰족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생각이 뾰족한 사람이다
한 인격의 날카롭다는 말과
사고가 날카롭다는 미세한 차이를
뾰족하지 않은 생각으로는
지붕 하나도 분별 못할 종류이기 때문이지
무엇을 배우겠다는 입장에
연필심을 먼저 뾰족하게 하려들 든다
지난 노트를 반 만 쓰고도
닳아서 뭉뚝해진 흔적은 버린다
뾰족한 것으로
새로운 것을 확인하려 하니까
둔탁함 뒤의 날카로움을 상상해 봤을까
새로 산 모자 하나 뒤집어쓸 때
이전에 없던 신선함을 느낄 때 많다
모자가 모자지
뭐 그리 예쁘다고 살까
뾰족이 살 것이 없을 때의 대안이
둥근 모자지
뾰족구두의 팔자걸음도
몸빼 바지에 실내화 보다 얼마나
더 여인을 뾰족하게 했던가
턱을 뾰족 세우고
구두 위에 올라 또각또각 하늘을 찌르지
뾰족한 끝으로 구멍을 뚫는 드릴못도
썩은 나무를 깨는 딱따구리의 부리도
과연 거기엔 갑질이 있을 만하다
음식물 찢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이물질 빼내는 치간칫솔과 어울려
뾰족함이란 염치를 배로 끌어올린다
뾰족해서 뾰족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은 거기서 거기라는 화두를 증명하듯
좀 더 날카로워야 남을 찌르고
남을 찔러야 자꾸 날카로워지는
겨우 키재기 놀이 같은 일상
뾰족과 키재기의 탯줄은 한 줄기라고.
